[책마을] 앤디 워홀이 유언을 남겼다면…
담낭 수술을 받았던 앤디 워홀이 1987년 2월22일 단순한 의료사고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그의 삶은 어땠을까 자주 생각해본다. 워홀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사실은 그가 살아 있다며 그의 시체는 가짜이고 그것이 워홀의 마지막 조작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워홀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평범하기 짝이 없는 가발을 쓰고 있어서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말이 돌았던 것.

《앤디워홀 정신》(세실 길베르 지음,권지현 옮김, 낭만북스,2만5000원)은 20세기 팝아트의 선구자였던 워홀의 유작 전시회 같은 책이다. '팝의 교황'이라 불리며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워홀의 출생부터 가족관계 작품활동 대인관계 정신세계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생생하게 녹였다.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때론 갸웃거리게도 하는 생각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토털 아티스트로 천문학 · 해부학 · 수학에 능통했다면 워홀은 영화 · 미디어 · 패션에 투신했던 천재 아티스트로 두 사람 중 누가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는 저자의 평가가 억지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워홀은 "똑같은 걸 계속 보고 있으면 점점 의미를 잃는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비워진다"고 말하는가 하면,사후의 삶을 믿느냐는 질문엔 "사후의 죽음을 믿습니다"라며 선문답을 한다. 심지어 이런 대화도 있다. "가장 좋아하느 색은 뭡니까? 검은색입니다. 색의 부재를 말하나요? 아닙니다. 검은색은 모든 것을 담고 있지요. 흰색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다면 흰색과 검은색 중 어느 것이 더 좋나요? 검은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고 흰색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입니다. "

역시 예술은 이해 불가의 영역인가 싶다가도 "아메리칸 드림을 믿지는 않지만 거기에서 돈은 건질 수 있을 거예요"라며 미국식 자본주의에 던지는 냉소에선 사회과학적인 의식도 읽힌다.

책의 마지막 장에 워홀의 한마디가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다. 조든 크랜달이 묻기를 "당신이 죽는 날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워홀이 답했다. "안녕."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