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인력 없으면 SW일감 따기 어려워…"
"베트남이나 중국 개발자들에게 일 맡길 수 있죠?"

대구 지역의 한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최근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원청업체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이 회사는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 대기업이 수주한 프로젝트에 협력업체로 들어가 소프트웨어 모듈을 만들기로 했다. 하도급 단계에서 3~4번째쯤 자리잡고 있는 영세기업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은 10여명.이 가운데 경력 1~2년 수준의 초급 개발자 5명이 필요했다. 원청업체의 요구는 이 초급 개발자들을 임금이 낮은 외국인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중국,베트남 개발자들이 대거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다. 현지에서 정보통신 분야 학사-석사과정을 마친 전문인력들이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한국인들과의 차별대우를 감수하면서 중소 제조업체나 산업단지에 몰려들었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행렬이 이제 IT업계로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해외 원격 아웃소싱까지 등장

업체들이 주로 고용하는 외국인 개발자는 조선족과 중국인이다. 과거에는 인도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이들의 임금이 국내 개발자 수준으로 오르면서 중국인 개발자 수요가 늘어났다. 최근에는 베트남 등 아시아 다른 국가로도 시선을 옮기고 있다.

국내로 외국인 개발자를 데려오기도 하지만 현지에 지사를 세운 뒤 외국인을 고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통신장비와 가상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굳이 사람을 마주하고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액츠원 아이컴피아 등 베트남 등에 개발자센터를 세우고 아웃소싱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삼성SDS,LG CNS,SK C&C 등 '빅 3' 대형 IT 서비스 업체들도 중국 등에 지사를 세우고 현지 개발자를 고용하고 있다. 삼성SDS 중국 법인 관계자는"현지 프로젝트뿐 아니라 국내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단순 업무 부분을 이들에게 맡기곤 한다"고 전했다.

◆고급 개발인력 어디서 키우나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외국인 개발자들이 하는 일은 대개 단순한 코딩(프로그램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작업) 업무에 그치고 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처음부터 복잡하고 정교한 업무를 맡기기가 어렵다. 이들의 월 급여는 150만원대 안팎으로 비슷한 작업을 하는 국내 개발자의 60~70% 수준이다.

업계가 외국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낮은 인건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개발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발자란 직업이 작업 강도에 비해 보수가 낮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대졸 취업 준비생 가운데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 경우 국내 소프트웨어 인력시장 구조가 기형적으로 뒤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외국인 개발자들이 초급 개발 시장을 장악할 경우 내국인들이 경력을 쌓아 중급-고급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구성회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전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적 하도급 관행을 대폭 개선하고 개발자 인건비를 현실화해야 소프트웨어산업 인력들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