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난세의 최고 CEO 조조에게 '인간경영'의 길을 묻다
[책마을] 난세의 최고 CEO 조조에게 '인간경영'의 길을 묻다
조조는 귀를 의심했다. 잠결에 들린 건 분명 친구 허유의 목소리였다. 낙양의 동탁을 치기 위한 거병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허유 말이다. 허유는 원소의 책사였다. 대치 중인 조조 진영의 군량 부족을 간파하고 원소에게 속공을 건의했던 적(敵)이었다. 그런 그가 "아만아!" 하고 자신의 아명을 부르며 투항하겠다는 게 아닌가.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쉬 믿는 성품이 아니기는 했다. 그런데도 한달음에 성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찌나 서둘렀는지 신발도 신지 않은 채였다. 그렇게 절까지 올리고 환대했다.

원소와의 싸움에서 밀리던 조조가 허유의 투항을 받아들여 '관도대전'을 승리로 이끈 일화는 조조의 '인재경영'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스토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낯설기도 하겠다.

조조는 지략은 있지만 덕이 부족한 '난세의 간웅'이고,인재 이야기라면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유비가 아닌가. 그러나 조조가 천하를 호령했던 힘의 원천은 사람에 있었다는 평가다.

《조조 사람혁명》의 저자는 "조조의 리더십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그의 '사람혁명'"이라고 강조한다. 조조에게는 인재를 얻고 활용하는 '득인(得人)'과 '용인(用人)'의 남다른 지혜가 있었다는 것.그렇지 않고서는 유독 조조에게 인재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마오쩌둥도 조조를 '초세(超世)의 웅걸(雄傑)'이라고 평가하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삼국지연의》는 조조를 간신으로 묘사했으나 정사 《삼국지》는 조조를 역사상 긍정적인 인물로 서술했다. 그는 세월을 뛰어넘는 초세(超世)의 웅걸(雄傑)이다. 그를 간신이라 비판하는 것은 봉건시대의 정통 관념이 만들어낸 억울한 사건이다. "

책은 조조의 사람경영에 초점을 맞춘다. 인재를 알아보는 조조의 비상한 안목과 그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요즘도 유효한 인재경영과 리더십의 키워드를 뽑아낸다. 적장인 서황을 얻기 위해 전투도 멈추고 작전을 모색한 데서 '일궤십기(一饋十起)' 즉,인재를 골라 쓰는 데에는 정성이 대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식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조조는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줄 알았던 리더였다. 조조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섰다. 인재 채용을 위한 구현령(求賢令)에까지 '인재는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못박을 정도였다. '유재시거(唯才是擧)'라고 해서 한 가지라도 특별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도 마다하지 않았다. 출신 불문,명성 불문에 품행조차 문제삼지 않았다. 오직 능력과 재주만을 기준했다. 도덕보다 생존이 급선무였던 난세가 아닌가. 그리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빠르게 상황 판단을 했다. 원소와 내통한 부하들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문서를 보지 않고 불태우는 등 인간적인 실수는 용서했지만,함께할 수 없다면 심복 순욱까지 죽이는 냉혹함을 보이기도 했다. 공을 세운 자에겐 아낌없이 베풀고,잘못은 반드시 벌했으며,자신의 실수에 엄격하면서도 사랑보다는 두려움으로 충성과 복종을 요구한 조조의 모습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저자는 "조조는 눈앞의 작은 전투를 이기는 것보다 인재 한 명에 목말라 했다"며 "현재의 글로벌사회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혔을 때 예전과 다름없는 지도력과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은 단 한 명,조조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또 "지금은 동서고금을 하나로 꿰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라며 "조조와 스티브 잡스가 그랬듯이 자유롭고 창조적인 발상과 함께 관행과 가치에 얽매이지 않는 파탈(擺脫)의 행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