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문학인생 '젖줄'은 뭘까
국내에도 폭 넓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2)의 미발표 글을 모은 《잡문집》(비채)이 번역됐다.

무라카미가 '잡문'이라고 지칭한 글은 모두 69편.'서문 해설 등' '인사말 메시지 등' '음악에 관하여' '번역하는 것,번역되는 것' 등 10개의 주제로 나눠 글을 실었다. 그는 "완벽하게 학술적으로 분류한 것은 아니고 '그냥 왠지'라는 느낌상의 구분"이라고 설명했다.

잡문이라고 하기에는 매혹적인 내용이 많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준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쓴 글들은 진지한 문학론에서부터 감각적인 번역론,깊이 있는 재즈론,인생론과 독서론까지 아우른다.

무라카미가 30여년간 한켜 한켜 쌓아온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어 소설 이면의 문학과 그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글 하나하나에 음반 라이너노트(해설)처럼 짤막한 설명도 추가했다.

"소설가란 많은 것을 관찰하고,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입니다. "

무라카미는 '소설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체로 이런 대답을 한다. 많은 것을 관찰하지 않으면 올바로 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단은 왜 조금만 내릴까.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쪽은 늘 독자지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가의 역할은 마땅히 내려야 할 판단을 가장 매력적인 형태로 만들어서 독자에게 은근슬쩍 건네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가가 되기 전 재즈카페를 운영했던 그는 "음악에 빠져들지 않았다면 어쩌면 소설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음악은 소설 창작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음악이든 소설이든 가장 기초에 자리잡은 것은 리듬이다. 자연스럽고 기분 좋으면서도 확실한 리듬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계속 읽지 않는다. 나는 리듬의 소중함을 음악(주로 재즈)에서 배웠다. "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