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진화하는 윤리경영…내부 '감시탑' 망가지면 끝장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엔론은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1년 분식회계한 사실이 밝혀지고 2개월 만에 파산을 선언한다. 2002년에는 세계적 통신회사였던 월드컴에서 회계부정 사건이 발생했다. 엔론사태와 월드컴의 회계부정 스캔들은 9 · 11 테러보다 미국 경제에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엔론과 월드컴의 몰락은 신뢰 추락이 기업의 존망과 직결되며,결국 국가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옳은 경영이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는 이윤 추구가 기업의 지상과제라는 '프로파간다(선전)'는 수명을 다했다고 단언한다. 경영도 '공정'과 '공의'의 관점에서 이행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설명이다.

책은 기업경영의 필수로 자리잡은 윤리경영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룬다. 윤리경영의 실천 필요성,윤리경영의 개념과 효과는 물론 기업 구성원이 지켜야 할 '직무윤리',기업이 실천해야 할 '기업윤리'에 대해 설명하고 실천 솔루션을 제시한다. 직무윤리를 위반하는 사람들은 '남들도 이 정도는 다 한다''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선물이나 편익은 우호적인 관계에 도움이 된다' 등 자기합리화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임직원의 이런 생각들이 자신은 물론 회사까지 치명적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저자는 금품수수,접대 등 대표적인 직무윤리 위반 유형을 분석하고 직무윤리를 기업문화로 정착시키는 방안에 대해 설명한다.

경영자에게는 기업이미지 쇄신을 위한 단순 구호가 아닌,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시민사회에 책임지는 윤리경영의 가치와 경쟁력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책임에 기반을 둔 기업의 윤리경영 실천은 부패 척결의 문제를 넘어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기업,존경받는 기업으로 이끄는 미래 경영전략이라는 것.실제 윤리경영을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주가,영업이익,생산성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승자독식,강자독존의 낡은 규칙은 버리고 상생과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할 때"라며 "'착한 자본주의'와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생각하는 변화 의지가 기업의 지속 성장과 사회의 통합 · 발전을 위한 동력"이라고 말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