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동ㆍ서양 그림이 만나 함께 찾은 삶의 균형
우리 옛 그림을 포함한 동양의 그림과 서양의 그림이 어울렸다. 동양의 그림을 읽는 남다른 안목과 서양의 화폭을 대하는 절묘한 감식안이 화음을 이루었다. 손철주 학고재 주간과 이주은 성신여대 교수,각기 동양과 서양의 그림 세계를 천착해온 두 사람이 지은 《다,그림이다》 얘기다.

두 사람은 각자 고른 그림으로 대화하며 그림 속에 관통하는 공통의 감수성을 건져올린다. 삶에서 소중하다고 느끼는 가치와 행복에 대한 욕망은 어느 시대,어느 나라나 한결같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꿈꾸는 일탈 역시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임을 펼쳐보인다.

책은 일상생활에 묻혀 잊고 살았던 삶의 조건 10가지를 선정,그림 속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이야기한다. 손철주 주간은 동양의 그림 속에서 '움켜쥘 수 없는 것을 움켜쥐려는 화가의 속내'를 들여다보고,이주은 교수는 '배가 부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을 풍부하게 해주는,그래서 다 먹고 난 뒤에도 혀로 입맛을 다시게 되는 그런 맛'을 찾아 서양 그림을 살핀다.

첫 번째 이야기 주제는 그리움이다. 손 주간은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에서 동양의 '울혈진 그리움'을 읽는다. 단원의 그림으로 알려진 '미인화장'을 보며 규방의 농염한 분위기를 떠올리고,작자미상의 '서생과 처녀'를 보며 바로 곁에 두고도 그리워해야 하는 '목마른 그리움'에 가슴 아파한다.

이 교수는 그리움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라는 답신을 보낸다. 19세기 일본 요시토시가 그린 판화 연작 '달의 백가지 모습' 중 '시노부가오카의 달'에서 지나가버린 봄날에 대한 그리움의 이야기를 꺼낸다. 파란 하늘과 하얀 꽃이 대비되는 고흐의 '아몬드꽃'에서는 고흐의 조카가 오랫동안 그리워했을 고흐의 모습을 찾아낸다.

그리움에 이어지는 유혹,성공과 좌절,내가 누구인가,나이,행복,일탈,취미와 취향,노는 남자와 여자,어머니 엄마에 나오는 그림과 그 이야기도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림보다 그림을 읽어주는 저자들의 유려하면서도 감칠맛 넘치는 글솜씨가 압권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