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어느 때보다 탄탄한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비교적 차분한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이슈는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국제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악재에 둔감한 '안도랠리' 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진단이다.

14일 오전 10시 19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80포인트(0.70%) 내린 1810.30을 기록 중이다. 장 초반 약보합권에 머물렀지만 외국인이 '팔자'로 방향을 틀면서 지수도 낙폭을 다소 늘렸다. 하지만 8월 급락장에서 반복됐던 '일희일비' 장세는 확실히 벗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날 장 시작 전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1단계 강등했다.

이에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고 이 외에 모두 12개의 유럽, 미국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내렸다. 전날에는 영국 국영은행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과 로이드은행의 신용등급도 각각 2단계, 1단계씩 강등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럽과 미국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이 전반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는 것은 재정적자 문제에 노출돼 있는 현실을 반영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갑자기 돌출된 악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증시가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이에 더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마침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시점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 이슈와 단기 급등한데 따른 부담이 이날 증시 조정에 모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도 "전기가스와 통신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조정을 받고 있으므로 기술적 부담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수의 조정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은 유럽사태를 둘러싼 문제가 해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봤다. 특히 이번 주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오는 23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앞둔 기대감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 진단이다.

슬로바키아 의회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안을 재투표를 통해 가결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트로이카(EU·IMF·ECB)의 실사 결과, 그리스에 6차분 구제금융 지원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긍정적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 급락장은 위기가 실현된 상태가 아니라 우려만이 과도하게 반영됐었다"며 "글로벌 정책 공조가 이뤄져 나가면서 연말까지는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또 "악재에는 둔감하고 호재에 민감한 것은 전형적인 강세장의 특징"이라며 "아직 강세장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심리가 확실히 안정되면서 안도랠리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태구 부국증권 연구위원도 "시장이 악재에 대한 내성이 생겨 정책공조에 대한 호재에 보다 더 크게 반응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지표의 하방 경직성과 중국 경제의 연착률을 기대하며 베어마켓 랠리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업종별로는 계절적 성수기로 들어가는 전기전자(IT)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환율상승으로 인한 수혜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