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는 정부의 개입이 없는 자유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정부가 계획을 통해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유시장은 '정부의 개입이 전혀 없는 시장'이 아니다. 정부가 시장친화적 개입을 통해 교역의 이익 달성을 촉진하되 반 시장적 개입은 최대한 억제하는 시장을 말한다.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펼친 주장을 반박하는 책이 나왔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등이 쓴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다. 저자들은 장 교수의 책의 구성에 맞춰 23가지 주제로 그의 주장을 따지고,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로서의 의견을 내놓는다.

저자들은 "장 교수는 시장의 효율성을 무시하고 정부의 역할만 강조하며 암묵적인 계획경제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경쟁을 통해 우수한 경제 주체를 선발하고 재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장의 장점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가 지속되면 자생적인 시장 성장이 지체돼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이 고착되는 위험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세계 경제의 흐름과 한국 경제의 성장단계가 모두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에 시선을 모은다.

세계 경제는 자원의 신속한 투입이 경쟁력 기반이던 '투자기반 성장'에서,기술진보가 경쟁력의 원천인 '혁신기반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스스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혁신기반 성장 단계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산업으로 자원을 유연하게 재배치하는 능력,즉 시장의 효율성이 중요한데, 장 교수는 이런 세계 경제의 변화와 한국 경제의 현실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장 교수가 '정부의 한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도 지적한다. 정부가 유망주를 잘못 선정해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을 무시하고,잘못된 투자에 재원이 투입되는 것을 신속하게 중단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장점도 보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2차대전 이후 동아시아 국가,특히 한국의 경험을 통해 국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 교수의 주장은 "국가주도 경제성장의 경험은 자본주의 역사상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일축한다.

산업혁명을 달성한 영국은 제조업 기업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고,2차 산업혁명을 달성한 미국은 JP모건 같은 투자은행이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 성장도 기업집단을 경영한 은행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한국처럼 개발도상국의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한 국가는 더 이상 정부가 앞서 투자하고 기업이 따르는 방식에 안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혁신기반 성장 단계에서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을 실험적인 투자에 참여시키고,경쟁을 통해 결과를 검증하는 시장의 역할이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또 "실패의 위험이 높으며 실패 이후에도 재원 이동이 경직적인 '정부의 선도적 투자'로는 더 이상 한국 경제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