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는 그저 높은 산일 뿐이다. 알프스가 아무리 높아도 굳은 결의를 지닌 사람을 당해내지 못한다. 우리는 로마를 정복하러 왔다. 이제 마음을 굳게 다지고 알프스를 넘어라."

기원전 218년,아버지와 의형에 이어 스페인 지역 군권을 잡은 스물아홉 살의 한니발.그는 로마를 향해,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을 넘기 직전 이렇게 웅변하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한니발은 그가 이룬 업적이 아니라 일을 한 방식 때문에 더 높이 평가되는 지도자.그는 아무도 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한겨울의 알프스 산맥을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넘었고, 어느 누구도 패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로마에 맞섰다.

《권력자들》의 저자들은 한니발을 '혁신의 대가'이며 '리더의 전형'으로 평가한다. 한니발은 로마 역사상 최악의 패배로 기록된 기원전 216년의 칸나 전투 등 모든 전투에서 지형과 일기는 물론 심리적 요소까지 활용한 새로운 전술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전장에서는 병사들과 똑같이 땅바닥에서 잠을 자고 거친 음식을 먹으며 모범을 보였다. 개인의 안락보다 임무를 우선했으며, 부와 성공에 취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한니발처럼 역사에 뚜렷이 각인된 권력과 리더십의 본질을 조명하고 있다. 관용과 포용으로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키루스,뛰어난 언변과 소통력을 자랑했던 크세노폰,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정복했지만 오만의 함정에 빠져 몰락한 알렉산드로스,판세를 정확히 읽는 능력으로 권력을 쟁취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절제와 균형으로 로마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아우구스투스 등의 리더십을 솜씨 좋게 엮었다.

저자들은 이들 지도자에게서 배울 수 있는 리더십의 필수 요소로 '인격'을 꼽는다. 로마 장군들이 전쟁에 이겨 개선행진을 할 때 전차에 노예 한 명을 태운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전차에 동승한 노예는 승리의 영광에 도취한 장군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고 한다. "장군님은 신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

자신과 다른 견해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을 회의에 참여시켜 힘을 모으게 했던 크세노폰처럼 문제를 공개하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따르게 하는 힘의 중요성도 역설한다. 아우구스투스처럼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면서 일을 처리하는 지도자가 현실적으로 유능한 지도자라고 주장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