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육류는 돼지 삼겹살이다. 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삼겹살 소비량은 연평균 9㎏으로 닭고기(8㎏),쇠고기(6.8㎏)보다 많다. 돼지고기는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삶는 게 보통이었는데 식당에 프로판 가스가 공급되면서 구워 먹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굽다 보니 지방이 많은 부위가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그 부위만 따로 떼어 팔면서 삼겹살 구이 문화가 뿌리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겹살이 '국민 외식메뉴'가 된 것이 맛 때문만은 아니다. 삽겹살은 비싼 쇠고기 대신 먹을 수 있는 고기,소비자가 중산층임을 확인시켜 주는 고기라는 점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한국음식문화박물지》(황교익 지음,따비,1만4000원)에 나오는 '삼겹살론(論)'이다. 맛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한국의 현재 음식문화를 찬찬히 살핀다. 한국음식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에 대해 꼬리를 물고 설명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음식에 반영된 한국인의 정서와 삶을 되돌아본다.

저자는 부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인 '가든'의 소갈비구이,시내 번화가인데도 실내 인테리어를 선술집 분위기로 꾸며 서민음식 이미지를 내세우는 닭갈비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계층구조와 그에 따른 욕망의 흐름을 짚어준다. 우리 음식이 이웃나라의 음식과 섞이면서 바뀌어왔다는 주장도 한다. 밥과 반찬으로 이뤄진 한 · 중 · 일 상차림의 유사성으로 이를 설명한다. 중국의 짜장면,호떡이 우리 음식이 되고,일본의 다쿠앙이 단무지로 식탁에 오르는 예를 들어가며 설득한다.

1960~1970년대 가정식으로 적극 권장했던 햄버거,미군부대를 통해 처음 소개된 비싼 피자,더 맛있다는 마케팅을 펼쳐 국산 콜라의 싹을 잘라버린 코카콜라,손탁이란 독일계 러시아 여자가 소개한 이후 고종이 마니아가 됐다는 커피 등이 우리 음식으로 뿌리를 내리게 된 내력도 들려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