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가(家)는 4남5녀 가운데 장남과 차남,삼남,차녀 캐서린 등 네 명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장남(조)은 하버드대 대학원에 다니던 중 해군 항공대에 입대했다. 차남인 존 F 케네디(잭 · 사진)는 육군에 지원했으나 하버드대 시절 풋볼로 부상한 등뼈 때문에 불합격했고 다시 해군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그러나 주영국 대사를 지낸 아버지의 힘을 빌려 마침내 해군 시험에 합격해 소위로 임관됐다. 삼남도 해군에 자원입대했다. 이들 형제는 국내 근무로 발령나자 후방 근무는 성에 안 찬다며 최전선 출동을 희망했다.

최전선으로 누가 먼저 가느냐를 두고도 형제는 경쟁했다. 파일럿으로 최전선에 뛰어든 조는 휴가를 반납하고 작전을 수행하다 그만 전사하고 말았다. 잭은 남태평양에서 어뢰정을 타고 전투 임무 중 등에 심한 부상을 입고 조난을 당했는데 동료를 구하고 5㎞를 4시간 동안 헤엄친 끝에 상륙해 살아남았다.

이것이 대서특필되면서 잭은 일약 전쟁 영웅으로 떠올랐고 후일 그가 대통령이 되는 데에도 결정적인 후광으로 작용했다. 대통령을 꿈꾸던 조는 전사했고 그 꿈을 동생인 잭이 이어받았다. 장남의 비극은 역설적으로 케네디 가문 위대함의 원천이 됐던 것이다.

존 F 케네디는 하버드대에 진학해서도 무모하다고 할 만큼의 용기를 발휘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남자답게 여겨지기 위해 억지스럽게 행동했다. 스무 살 때 유럽을 여행하다 프랑스의 성벽에 기어올라 아찔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는 특권층 젊은이들이 전쟁을 피하고 입대를 기피할 때 참전하기 위해 아버지의 힘까지 빌렸다. 또 미식축구와 수영 같은 스포츠를 하며 경쟁을 즐겼다. 미식축구를 하다 척추를 다쳐 평생 그 후유증으로 고생했지만 수영 실력은 그가 남태평양에서 살아남은 비장의 무기가 됐다.

케네디는 비상식적일 정도의 용기를 발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워 나갔다. 존 바네스의 《케네디 리더십》에서는 이를 '망나니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케네디는 망나니 방식으로 상당한 명성을 얻을 수 있었고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만들 수 있었다. 용기는 기존 통념과 달리 행동하면서 낡은 규칙들을 깨도록 이끄는 것이다.

지능지수 119의 보통 소년에 병약했던 케네디는 늘 용기있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덕분에 29세에 하원의원,46세에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용기의 미덕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간 그는 척추수술을 받고서는 《용감한 사람들》이란 책을 썼다.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명성도 얻었다.

그는 소년시절부터 유별나게 모험담을 즐겨 읽었다. 프랜시스 몽고메리가 쓴 《빌리 위스커스의 모험담》과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는 그가 특히 애독한 책이다. 영국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율리시스'를 즐겨 암송하며 용기를 함양하기도 했다.

아일랜드의 농부에서 4대 만에 미국 대통령을 배출한 케네디가의 위대함은 도전정신을 찬양하는 모험담과 시를 암송하며 배양한 불굴의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최효찬 < 연세대 연구원 · 자녀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