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호감을 창출한다. 권력을 가지면 유명해지고 조직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건강 및 수명과도 직결된다. 영국 런던대 공중보건학 교수 마이클 마멋은 영국 공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급이 낮을수록 특정 연령대의 심장질환 사망률이 높았다며 흡연과 식습관 등을 감안해도 의사결정권 및 재량권 여부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다.

책은 이런 권력을 어떻게 얻고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야말로 툭 까놓고 전한다. 원제는 '파워(Power)'.미국 일리노이대와 UC버클리대를 거쳐 현재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석좌교수)에서 조직행동학을 강의하는 저자는 권력 획득을 위한 대전제로 두 가지를 꼽았다. '권력을 우습게 알지 말라'와 '세상이 공정하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게 그것이다.

그의 조언은 냉정하되 실질적이다. 권력을 외면한 채 주어지는 것에 만족해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조직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으며 승리하자면 권력의 원리를 이해하고 쟁취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실력이나 실적이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실력이 있으니 권력에 야합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실적이 노력을 대변할 것이란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다.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거나 공평하지 않다. 권력 투쟁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경쟁자 중엔 규칙을 어기거나 심지어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기막힌 행태를 보면서 불평만 늘어놓거나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라지 말라.다들 세상은 공정하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모든 상황 특히 자신이 혹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뭔가 배울 기회를 잃는다. 둘째,권력의 기반을 다지는 데 필요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곳곳에 지뢰처럼 산재한 위험을 간과하게 된다는 얘기다.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불리한 상황에서도 뭔가 얻어내고,보다 신중하고 용의주도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자면 치밀한 전략을 세우며 탄력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인내심을 갖고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냉소적 시선도 견디고 이겨내야 할 뿐만 아니라 견고한 대인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바탕 위에 세워진 구태의연한 리더십을 경계하라.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리더십 유형을 다섯 단계로 제시하고 마지막 5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성공한 CEO는 그것과 거리가 멀다. 5단계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조용하고 겸손하며 수줍기까지 한 리더'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권력을 얻고 행사하기 위한 기술은 다름아닌 실천'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건 '핑계대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패하면 상처받을까 두려운 나머지 지레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권력을 얻지 못했을 경우 능력 부족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둘러대기 위해서다. 권력을 가지려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신경쓰지 말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 뜨끔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