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화성보다 탐사 덜 된 심해…물밑은 '총성 없는 전쟁터'
일본의 '독도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은 지난 1일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며 입국을 시도하다 강제 출국당했다. 이튿날 일본 정부는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2011년 방위백서'를 발간했다. 역사적,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가 분명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기술하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제주 마라도 남쪽 이어도 인근 해역에서 선박 인양작업을 하던 우리 선박에 "영해를 침범했다"며 작업 중단을 요구해 물의를 일으켰다.

한반도 앞바다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바다에서 각국은 마찰을 빚고 있다. 심해는 이미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했다. 그 내막에는 해양자원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심해전쟁》은 해양자원을 둘러싼 세계 각국과 기업들의 각축전을 생생하게 다룬 다큐멘터리를 글로 엮어냈다. 독일의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감독인 사라 치룰은 바다,특히 심해는 인류가 거의 개척하지 못한 미지의 마지막 경계이자 자원의 보고라고 설명한다. 인류는 심해의 1~2%밖에 밝혀내지 못했고,이는 달 표면이나 심지어 화성보다도 연구가 덜 된 수준이다. 그만큼 심해는 엄청난 잠재적 연구가치와 자원 채굴 가능성을 지닌 셈이다.

책은 우선 국제법상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해를 차지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을 다룬다. 2007년 8월2일 러시아 탐사대는 잠수함 미르 1,2호를 타고 북극 해저에 내려가 자국 국기를 꽂았다. 북극 해저가 러시아 영토에 속한다는 도발을 자행한 것이다. 북극해 연안국가인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분개했다.

러시아의 도발은 북극 해저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 때문이다. 이곳에 매장된 원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7.5%에 해당하는 900억배럴이나 된다. 천연가스도 470억㎥로 전 세계 매장량의 30%에 달한다. 북극해 연안국가들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군사활동을 개시했고,덴마크는 해저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해저지도 작성에 나섰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이후 처음으로 핵잠수함과 미사일 잠수함을 북극해로 보냈다. 차가운 북극해에서 '새로운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뤼디거 볼프룸 국제해양법재판소 판사는 "훌륭한 언론플레이였지만 국기를 꽂은 것은 국제법적으로 볼 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도발이 충동적인 것은 아니다. 러시아 탐사대는 해저에서 지질학적 표본도 채취했다. 북극해저가 러시아 영토에 속한다는 사실을 국제법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다. 최대 350해리까지 대륙붕을 연장해 해저에 대한 영유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러시아의 속셈이다.

지난해 7월 중국의 잠수정 자오룽은 남중국해 해저 3759m까지 들어가 오성홍기를 꽂아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들을 자극했다. 이렇듯 여러 국가가 심해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바닷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다.

독도 문제도 해양자원 측면에서 접근한다. 한국과 일본이 독도 부근 바닷속에 대량 매장된 신 에너지자원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얼음덩어리처럼 생긴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 밑에 양국이 30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독도 문제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에 관한 규정이 어떤 잠재적 갈등 요소를 안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책은 광물자원과 심해생물의 보고인 '블랙 스모커'를 찾기 위해 심해탐사를 벌이는 현장과 주인 없는 바닷속 망간단괴를 차지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전한다. 망간단괴는 심해저에 깔려 있는 망간을 주성분으로 하는 덩어리다. 보통 수심 4000m 이하에서만 발견되고 망간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의 원소가 들어 있어 미래의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06년 자메이카에 있는 국제 해저기구로부터 태평양에서 탐사와 연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 베를린에서 1만5000㎞ 떨어진 태평양 해저에 천연자원이 넘쳐나는 '독일의 17번째 주'가 생겨나는 셈이다.

저자는 3년이 넘도록 진행된 심해 프로젝트와 탐사선,시추선,유조선의 갑판에서 보낸 시간들을 글로 기록했다. 북극과 남극,유럽,아시아,북아메리카,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녹화와 인터뷰를 했다. 다큐멘터리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풀어냈지만 주요 사안에 대해 전문가의 인터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