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으로 뉴스와 이메일을 확인하고,사무실에서도 종일 인터넷과 씨름한다. 카카오톡,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체크하고,'트위팅'하느라 스마트폰을 쉽사리 손에서 놓지 못한다.

스마트한 기기와 서비스 덕분에 우리 삶은 더 빨라지고 편리해진 게 사실이다. 언제 어디서나 검색 몇 번이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인간이 지닌 고유한 사고능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정보기술(IT) 미래학자인 니컬러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얕고 가볍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벳시 스패로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인간 기억에 미치는 구글 이펙트'란 논문에서 검색서비스가 인간의 두뇌를 바꿔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색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두뇌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기억할지를 선택하는 절차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인 리처드 왓슨도 《퓨처 마인드》에서 오늘날의 사회를 지배하는 디지털 문화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디지털 시대의 장점은 충분히 누리면서 단점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선 진화하는 디지털 문화 속에서 도태돼 가는 사람들의 사고를 지적한다.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전산망을 통해 쉽게 협력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얄팍하고 편협하며 급하고 산만한 사고에 빠르게 젖어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왓슨은 하루 8시간 이상 TV와 컴퓨터,휴대폰 스크린에 매달리는 10대인 '스크린에이저(screenager)'에 주목했다. 그는 멀티태스킹에 익숙하고 글자보다 이미지를 선호하며,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는 10대들의 비논리적이고 단편적인 사고에 우려를 나타낸다. 정보는 구글에서 찾고 기억은 하드디스크에 보관된 자료와 같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세대는 의사결정 능력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게일 포터 미국 럿거스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블랙베리' 사용자의 50%는 블랙베리가 없으면 불안해지고,10%는 공황 상태를 경험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생활 패턴이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정보를 좇는 데 온통 머리를 쓰다 보니 정작 그것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여유나 능력은 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왓슨은 우리를 진정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깊은 사고'라고 강조한다. 깊은 사고는 세상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생각들과 관련이 있고,전략적 계획의 수립이나 과학적 발견,예술적 창조활동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를 위해 행동은 줄이고 생각은 늘리고,때때로 속도를 줄이라고 조언한다. 또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을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디지털 다이어트(digital diet)'를 통해 뇌를 적절히 비우고 쉬게 하라고 권한다.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하면서 '정보의 노예'가 되지 말고 틈틈이 정보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주말에는 휴대폰과 디지털 기기를 꺼버리고,이메일도 보지 말고 지루함이 주는 혜택을 누리라는 얘기다. 그는 "지루하면 처음에는 괴롭지만 그런 정신적 괴로움은 사물을 적절한 맥락이나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책에 담긴 '미래 사회를 지배할 10가지 트렌드'도 흥미롭다. 왓슨은 멀티태스킹에 반발해 싱글태스킹이라는 트렌드가 생기고,슬로푸드 운동처럼 '천천히 생각하자'는 취지로 '슬로 싱킹(slow thinking)'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디지털 저장 기술이 발전해 인생 전체를 기록할 수 있게 되고,정신적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간과 공간이 사치품이 되면서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장소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