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은 결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 16세기 초 교황 레오 10세가 혹평한 '이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다빈치는 주의력결핍(ADHD)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평생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완성한 것은 17점뿐이었다. 맡은 프로젝트는 끝을 보기 전에 그만두기로 악명 높았다.

요즘 잣대라면 욕을 많이도 먹었겠다. 어른인데도 차분하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늘 부산을 떨었을 게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로 평가받는 그를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ADHD 진단을 받은 요즘 아이들은 어쩔 수 없는 문제아동으로 단정해도 될까.

《나쁜 뇌를 써라》(강동화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는 관심 분야가 특이하다.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고,그래서 잘 사용하지 않으려는 뇌의 부정적인 기능,즉 '나쁜 뇌'에 주목한다. ADHD 장애를 일으키는 '부주의하고 산만한 뇌'도 그중 하나다.

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ADHD가 주의력을 기울이는 능력의 결핍이 아닌 조절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위의 사소한 것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 오래 집중할 수 없는 증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화가 살바도르 달리,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같은 천재들도 요즘 기준의 ADHD에 어느 정도 가까웠다고 귀띔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뇌에 내장된 '잠재억제' 기능을 통해 일상의 중요하지 않은 자극을 무시하며 살 수 있는데 이 잠재억제 기능의 개방성과 민감성 정도가 ADHD와 창조적 성향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을 합리화하고 기억을 왜곡하며,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잘 잊으면서 때로는 중독으로 빠져드는 뇌의 비밀도 들려준다. 그가 진료실에서 만난 뇌손상자들의 놀라운 행동과 희귀 사례,뇌과학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실험 등이 공상과학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