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장마 종료 선언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집중호우가 계속됐다. 25일 오후 8시께에는 서울에 내린 갑작스러운 호우로 청계천 물이 불어 대피해 있던 시민 12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국지성 호우는 올여름 내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반도가 점차 아열대화되면서 장마 대신 '우기(雨期)'로 이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여름 내내 집중호우 계속된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일시적으로 축소되면서 북쪽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한반도 대기가 불안정해졌다"며 "대기 불안정과 함께 대기 상층과 하층의 온도 차이가 커지면서 국지성 소나기가 내린다"고 설명했다.

최근 1주일 동안 이어진 폭염으로 지표면에 가까운 대기 하층은 무더워진 반면 상층에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대기 불안정이 심화돼 일부 지역에서 많은 비가 내렸다는 분석이다.

24~25일 충남 서산에 129.5㎜가 내린 것을 비롯해 경기 일부 지역에 시간당 2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서울에서는 이날 오후 7시7분께 비가 내리기 시작해 시간당 23㎜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비로 청계천 관수교 아래 보행도로를 통행하던 시민 12명이 화단으로 긴급 대피했다 10분 만에 구조됐다.

김회철 기상청 통보관은 "올여름엔 평년보다 무더운 폭염과 함께 지역별로 많은 비를 내리는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비는 오는 28일까지 간헐적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28일까지 서울 및 경기 지역을 비롯한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30㎜ 넘는 강한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아열대 스콜 닮아가

일각에선 집중호우가 자주 내리는 원인이 점차 가속화되는 한반도 아열대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최근 들어 여름철 장마 발생과 소멸 시기가 과거에 비해 뚜렷하지 않은 경향도 이로 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온대지방에서 여름철에 나타나는 기후현상으로,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장마가 끝난 8,9월에도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반도에 자주 내리는 국지성 호우가 아열대 지방의 '스콜'을 닮아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장마보다는 우기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한반도 여름철이 더 이상 장마와 무더위로 구분하기 힘든 만큼 우기로 합쳐 불러야 한다는 얘기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기라는 개념을 도입하기엔 아직 적절치 않다"면서도 "그러나 여름철 국지성 호우가 아열대 지역의 스콜을 닮아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의 고민도 커져간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국지성 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어느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릴지 100% 예측하는 게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기후가 점차 변하면서 장마가 끝나더라도 집중호우는 여름 내내 계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