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몽골제국,이슬람제국.작고 보잘것없는 민족에서 출발했던 이들이 세계를 호령할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피터 터친 코네티컷대 교수는 《제국의 탄생》(웅진 지식하우스,2만5000원)에서 이에 대한 답을 던진다. 저자는 14세기 아랍 사상가 이븐 할둔이 제시한 개념인 '아사비야'를 들어 '일치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민족만이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강력한 무기나 많은 인구보다 로마인들이 공유했던 신뢰의 가치,아랍인들을 하나로 묶은 이슬람 사상 등이 제국의 밑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국의 몰락도 다른 민족의 침략과 재난 등 외부 위기보다 아사비야와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황금기에 사회의 부가 늘어나게 되면 엘리트층은 부패하고 하위계층은 더 많은 부를 쌓아 신분상승을 꾀하면서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중세 잉글랜드는 100년전쟁에서 프랑스에 승리했지만 늘어난 귀족과 기사계급들이 세력다툼을 벌여 다시 섬으로 쫓겨났다. 저자는 제국들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통해 "과도한 경쟁과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가 국가의 내부 결속을 무너뜨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