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의지를 갖고 꾸려가는 인생의 성패도 알고 보면 신경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이온 등이 하모니를 이루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신경정신질환은 물론 육체질환까지 찾아와 고생한다. 신경전달물질 등은 기분 통증 혈압 소화 기능 등 무한영역을 컨트롤한다. 신경계를 통해 굴러가는 인체 세상의 면모를 나흥식 고려대 의대 교수(생리학)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마음은 물질에서 발현한다

마음은 심장이 아닌 뇌에 있다. 뇌는 신경세포 집합체로 신경원(neuron)이 기본 구조다. 중심 구조라 할 세포체(cell body),세포물질(soma),신경돌기로 나뉜다. 신경돌기에는 전화선에 해당하는 축삭(axon)과 수신 안테나라 할 수 있는 수상돌기(dendrite)가 있다.

인체를 지배하는 신경세포물질은 세포핵과 인접한 소포체(ribosome)에서 합성된다. 신경세포를 비롯한 신체 여러 기관에서 단백질의 일종인 신경전달물질을 만든다. 신경전달물질이 해당 수용체와 결합해 신호를 보내면 마음뿐만 아니라 인체를 지배하는 반응이 나타난다.

'조정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빠진다. 세로토닌은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거나 가라앉는 것을 조절해 평상심을 유지하게 하고 충동을 제어한다.

따라서 세로토닌 분비량이 모자라거나,관련 수용체에서 빨리 소실되거나,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우울증,불안,스트레스성 폭식,충동장애,강박증,알코올 · 도박 · 게임 중독,공황장애,생리전증후군 등에 걸리기 쉽다. 잦은 충동적 폭력,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뇌내 세로토닌 농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로토닌이 낮으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도 못한다.

부신수질에서 생성돼 교감신경에서 작용하는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은 외부의 스트레스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혈관 수축,혈압 상승 등의 흥분을 일으키는 호르몬이자 신경전달물질이다. 중뇌 흑질 선조체에서 만들어지는 도파민은 보행 등 운동 조절,감정과 동기 부여,욕망과 쾌락,인식과 학습 등에 영향을 미친다.

도파민 분비가 과다하거나 활발하면 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며,반대로 줄어들면 우울증을 유발한다.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일어나는 운동장애가 파킨슨병이다.

알츠하이머병(치매)은 신경원 내 미세소관의 형태를 지탱하는 타우 단백질이 깨지면서 세포체에 축적돼 엉키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부추기는 게 환자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다. 알츠하이머병의 결과로 아세틸콜린이 부족해지면 인지장애가 심해지는데 현재 쓰는 치매 치료제는 아세틸콜린 고갈을 방지하는 기능을 응용한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 인체는 신경전달물질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의해 작동하고 특정 물질이 튀는 행동을 하거나 연주를 중단하는 순간 질병이라는 적신호가 켜진다.

◆전깃줄로 옮겨가는 신경계 신호전달

서로 다른 신경원은 시냅스(synapse)라는 이음매를 통해 교신한다. 바닥에 떨어진 압침을 밟았을 때 반사적으로 발을 들어 피하는 것은 찔렸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감각뉴런과 압침이 더 깊이 박히지 않도록 회피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운동뉴런의 합작에 의해 이뤄진다. 이 때 중개소 역할을 하는 게 시냅스다.

시냅스전 연접소포에서 분비된 신호전달물질은 시냅스 간 간격(연접 틈새)이란 강을 넘어 시냅스후에 존재하는 해당 물질의 수용체에 도킹한다. 시냅스전과 시냅스후는 아주 작은 구멍을 통해 이온과 분자량이 작은 물질을 유통시킨다. 시냅스 간 간격은 가장 좁은 곳이 3.5㎚,가장 넓은 곳이 20㎚ 정도다.

신경세포는 사용 에너지의 약 70%를 나트륨 이온(Na+)과 칼슘 이온(Ca2+)을 세포 밖으로 퍼내는 데 쓴다. 세포막 바깥에 양이온이 훨씬 많아야 음극 양극 전위차가 확연해져 신경의 전기신호전달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염증이나 선천적 기형 등으로 신경세포의 전기신호 장애가 일어나면 다양한 정신 · 신경질환이 발생한다. 예컨대 정신지체아는 정상적인 아이에 비해 수상돌기 가시가 적은 데다 가늘고 길다. 간질은 무질서한 전기신호가 세포 전체로 확산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원인 모를 통증이나 근육무력증도 전기신호 고장에 의한 경우가 많다.

복어의 독(tetrodotoxin)과 어패류의 독(saxitoxin)은 나트륨이 배출되는 채널을 단단하게 막아 신경과 근육의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것이다. 반대로 콜롬비아 개구리 피부에서 나오는 독소(batrachotoxin),생약재인 부자의 독소(aconitne)는 이온이 배출되는 통로를 지나치게 많이 열리게 하는 물질이다. 리도카인 등 국소마취제는 이온 통로를 일시적으로 차단,자극이 전달돼도 전기신호를 차단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