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서로 다르다. 또 여자들은 남자들의 거짓말을 잘 찾아내는 반면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도쿄대 출신의 사회심리학자 이철우 박사가 쓴 최신작 《사랑하고 싶은 스무살 연애하고 싶은 서른살》은 미국 등지에서 실제 행해진 다양한 심리실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소통능력과 심리를 가진 남자와 여자를 설명한다.

고립된 공간에서 남자들은 녹음된 추리소설을 듣고 범인을 추정하는 실험에 참여한다. 세세한 묘사가 아주 빠른 어조로 나오기 때문에 과제는 간단치 않다. 처음에는 혼자,다음 단계에서는 여성 파트너와 의논하며 공동 작업을 한다.

특이한 점은 상대 여성이 매력적일수록 남자들은 파트너에게 별로 질문을 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로부터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고정관념,자신의 무능함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자존심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대개의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기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이유가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남자들은 잘 보이고 싶은 여자가 아니라 만만하고 편안한 여자에게 주로 부탁을 한다는 게 저자의 얘기다. 대신 남자들은 비언어적 소통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자의 친절과 웃음을 자신에 대한 호감이나 유혹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표정이나 시선,제스처와 같은 비언어적 소통 수단인 '햅틱행동'에서도 차이는 극명하다. 남자들은 친밀해지고 싶을 때 적극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반면 여자들은 이미 충분히 가까워졌다고 느껴야만 나선다. 말을 할 때 남자의 눈을 직시하는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주로 시선을 다른 곳에 두거나 짧은 시간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상대방의 거짓말을 알아채는 감각이 떨어진다.

저자는 "익숙한 자신의 소통 방식을 버리고 이성의 차이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연애의 고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애에 자신이 없는 20~30대,결혼을 했어도 여전히 배우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기혼층,과거 자신의 연애를 돌아보고 싶은 중장년층 독자라면 모두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