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1095년 클레르몽 공의회에서 십자군 원정을 촉구하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그리스도 교도들끼리 다투지 말고 지중해까지 침범한 이슬람 교도들과 싸우라는 것이었다. 이는 자신이 아니라 주 예수 그리스도가 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세계 2대 종교는 200년간에 걸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전쟁을 치렀다.

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다. 십자군 전쟁은 우르바누스 2세가 던진 승부수였다. 그는 하인리히 황제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하인리히 황제는 수년 전 그레고리우스 교황에게 '카노사의 굴욕'으로 만천하에 웃음거리가 된 후 집요한 반격에 나서 그레고리우스를 로마에서 쫓아냈다.

후임자인 우르바누스는 그레고리우스보다 정치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황제의 공격을 막는 방법으로 다른 군주의 힘을 이용하기보다 교황만이 가질 수 있는 '신의 이름'을 빌렸다.

《십자군 이야기1》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 작가가 집필한 새 역작이다.

십자군 전쟁에서 역사가들은 광기와 사망자 수,증오와 원한의 기원을 발견했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인간의 욕망과 의지가 만들어낸 장대한 드라마를 펼쳐낸다. 그는 십자군 전쟁에 참가한 왕과 봉건 제후,교황과 주교,기사와 빈민 등이 저마다 어떤 관계를 맺고 역할을 했는지,어떻게 성공하고 좌절했는지 살펴본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