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맞은 물가…상추ㆍ시금치 값 2~3배 급등
진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지난겨울 이상한파로 가격이 급등했던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였으나,긴 장마와 집중 호우로 농산물 작황에 큰 피해가 생기면서 다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11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상추 4㎏ 가격은 3만24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241.9% 치솟았다. 시금치 4㎏도 3만2400원으로 같은 기간 172.3% 급등했다. 작년 이맘 때(1만5950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지난해 농산물 가격 폭등을 초래했던 배추값도 한 달 사이 62.5% 뛰었다. 무도 같은 기간 23% 올랐다. 이 같은 채소값 급등은 긴 장마와 폭우로 주요 채소 산지에서 출하가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번 폭우로 전남 경남 등 전국 주요 농경지들이 대거 물에 잠겼다. 기름값 100원 할인 행사가 끝나고 전기료와 전철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소값마저 급등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선식품 물가는 작년 하반기 50%가량(전년 동월 대비) 급등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3월까지 19~30.2%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4월부터 안정세를 되찾았고 지난달에는 상승률이 4.7%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월 이후 농산물 수급이 안정돼 소비자물가가 내려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농산물 피해가 발생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지난달 30일 발표하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4%로 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비 피해로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이 정도 강우량이라면 일조량 감소와 병충해 등에 따른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올 하반기 성장률을 희생해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작년과 마찬가지로 기상이변 같은 돌발 변수에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적인 가격 안정 대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김철수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