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2018] "세 번째 찾아온 대약진 기회"…기업들 평창 바람 일으킨다
[평창 2018] "세 번째 찾아온 대약진 기회"…기업들 평창 바람 일으킨다
1988년(서울올림픽),2002년(월드컵),그리고 2018년(평창 동계올림픽)….

한국 기업들이 '퀀텀 점프'(대약진)를 이룰 세 번째 기회를 맞았다. 서울올림픽을 통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고 월드컵을 계기로 글로벌 무대에 올라섰다면,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기회라는 점에서다. 주요 기업들은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는 등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다시 찾아온 기회

1980년대 초반까지 재봉틀로 유명했던 일본 브라더공업은 1984년 미국 LA올림픽에 사무기기 분야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사무기기를 주력으로 하는데도 여전히 '재봉틀 잘 만드는 회사'로만 여겨지던 브랜드 이미지를 확 바꾸기 위해서다. 결과는 어땠을까. 해외 인지도 상승에 힘입어 브라더공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림픽 다음해인 1985년 각각 16.3%,21.9% 올랐다.

'빅' 스포츠 이벤트는 국운 상승의 기회인 동시에 기업들에는 '비즈니스'의 큰 장(場)이다. 우리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변방'과 '3류'에 머물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세계 무대에 비로소 이름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매출이 70% 가까이 늘었다. 2002년 월드컵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올라서는 기회였다. 대회 공식 후원사였던 현대자동차의 일본 시장 인지도는 월드컵을 전후해 32%에서 67%로 뛰었다. 삼성전자도 월드컵 당시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정보기술(IT) 100대 기업 순위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브랜드가 공동 조사하는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도 삼성전자 순위는 2001년 42위에서 2003년 25위로 껑충 뛰었다. 평창올림픽에 기업들이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평창올림픽으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져 100대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가 1%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100억달러(11조6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막 오른 '평창 마케팅'

평창 마케팅은 이미 막을 올렸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삼성전자다. 1997년부터 올림픽 무선통신 기기 부문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이점을 톡톡히 살린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먼저 이달 말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념하는 대규모 온 ·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평창 유치를 측면 지원해온 현대자동차그룹은 동계 스포츠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김연아 선수를 후원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자동차 부문 후원사로 참여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이 유치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선 한진그룹도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간다. 대한항공은 평창을 겨냥해 지난 3월 창단한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실업팀에 기자재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평창 유치에 맞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A380 항공기를 총 6대 도입,선진 항공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롯데그룹은 강원도에 리조트를 짓는 계획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계열사 롯데자산개발과 롯데건설을 통해 속초시 대포동 외옹치 일대에 관광 리조트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GS그룹과 한화그룹도 평창 유치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그룹 관계자는 "한동안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했는데 동계올림픽 유치로 기업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태명/안정락/이유정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