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많이 시청하는 아이일수록 주의력결핍장애 같은 행동 문제를 더 많이 보이며 학업성적도 나쁘다. 하루 3시간 이상 TV에 매달려 있던 아이들의 지능지수는 평균보다 낮았고 심한 경우에는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어머니와 사는 것과 비슷했다. "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는 더 이상 '바보상자'라는 비난의 대상도 되지 않는 TV의 해악을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초정상 자극이란 네덜란드의 노벨상 수상자 니코 틴버겐이 만든 용어.인간의 본능은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실체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모조품에 더 큰 자극을 받는 것을 말한다.

저자가 경계 대상으로 문제삼는 자극의 범위는 방대하다. 그런 '독약'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분석도 그럴 듯하다. 가령 남자들이 포르노그라피에 빠지는 것은 여자들이 로맨스 소설이나 멜로 드라마를 보며 성적 대리만족을 얻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포켓몬과 헬로키티 같은 귀여운 아이템에 열광하는 것은 예뻐해줄 아이들이 사라진 노령화 사회의 단면이라고 단언한다. 패스트푸드의 해악은 익히 알고 있지만 육류 설탕 소금에 대한 욕구는 거의 바이러스 수준으로 전 세계에 창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본능은 강렬하지만 진화는 더디다"고 말한다. 1만년 전 사바나의 척박한 생존환경에서 비롯됐다는 초정상 자극을 인간이 극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저자의 진단이 명쾌하지만 씁쓸하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