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비노 베리타스(와인에 진리가 있다)! 와인은 사람들 간의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품격있는 보편적 대화가 이뤄지도록 돕는다. 술주정은 사람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술을 마셨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와인 때문이 아니라 와인의 부재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

《칸트》 《신좌파의 사상가들》 등의 저서로 유명한 영국의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이 12년 동안 와인을 연구한 결과를 철학과 맞물린 이야기로 풀어낸 《철학자,와인에 빠져들다》를 펴냈다.

제 1부 '나는 마신다'에서는 자신이 '애주가'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항아리에 담그던 엘더베리 과실주의 맛을 시작으로 부르고뉴,보졸레,보르도,루아르 지역에 이르는 와인 기행까지 역사와 철학이 만난 와인 이야기가 방대하다.

제 2부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에서는 와인의 의미를 탐구한다. 정신과 육체의 조화,아가페적 사랑과 에로스적 사랑,다양한 흥분제 등의 주제를 다룬다. 저자는 와인과 이성,철학과의 관계를 통해 와인이 왜 존재하는지,그래서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설명한다. 책 앞머리의 부록 '철학자와 와인'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철학자들의 저서를 읽을 때 곁들이면 좋은 와인도 추천해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