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후반부터 틈틈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주로 심리 관련 자기계발서인데 멘탈 강화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한국여자오픈 땐 《바보 빅터》를 사흘 만에 다 읽었죠.제 샷을 믿고 마지막 라운드 끝까지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어요. "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고의 '히트상품'은 심현화(요진건설 · 22)다. 데뷔 3년 만에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첫승을 올리더니 올해 7개 대회 가운데 6개 대회에서 '톱10'에 드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KLPGA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심현화를 만나 맹활약을 펼치는 비결을 들어봤다.

"저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어요. 대회 초반에 성적이 뒤처져도 마지막엔 올라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요. 우리투자증권대회 때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더니 1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5등까지 올라갔죠.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

지난해와 달라진 게 멘탈이라는 얘기다. 멘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 건 책이었다. "《바보 빅터》의 주인공 빅터는 지능지수(IQ)가 174인데 선생님이 100을 빼고 74로 가르쳐줘서 그 틀 안에 자신을 가뒀어요. 그걸 보고 샷을 할 때도 긍정적으로 자신 있게 휘두르기로 결심했어요. 계속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니까 우승도 하게 됐고….이젠 책 선물도 해요. "

마인드 컨트롤 덕분에 기술도 좋아졌다. 요이치아카데미와 함께 일본 미야자키현으로 동계전지훈련을 떠난 그는 "작년까진 쇼트게임에 약해 동계훈련에서 70야드 이내 샷과 퍼팅을 두 달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퍼팅의 백스윙과 폴로스윙을 인투인으로 맞췄더니 정확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

학생 때 축구 골키퍼 출신에다 유도 합기도 태권도 볼링 수영까지 안 해본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인 아버지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았을까. 그는 초등학교 때까지 태권도 선수로 활약했다. 해외 시범을 다녀올 정도로 실력도 뛰어났다. 바둑을 배울 땐 꿈에 바둑판이 보여 자다 일어나 바둑돌을 잡곤 했다. 그때의 경험은 골프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골프 입문을 권한 사람은 아버지였다. "어렸을 땐 키도 컸고 운동을 좋아했어요. 아버지가 처음엔 유도를 시키려고 했죠.그런데 어머니가 '여자가 무슨 사람 메치는 유도냐'며 반대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집 근처 안양 베네스트골프장에서 처음 골프채를 잡았어요. "

그에게도 고난의 시기가 있었다. 국가대표 상비군이던 고교 1학년 때 드라이버 입스가 찾아왔다. "전지훈련에서 드라이버 거리를 더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세게 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제가 해오던 샷을 무시하고 세게 치기만 하니까 샷이 틀어지면서 입스가 확 왔어요. 고교 2학년 때 자퇴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혼자 떠났어요. "

골프를 그만두기 위해 떠난 그곳에서 그는 곧 골프가 천직이란 걸 깨닫게 됐다.

"오클라호마주 털사란 시골 마을에서 랭귀지 코스를 들으며 홈스테이를 했는데 6개월 만에 골프가 다시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더군요. "

그는 바로 귀국해 실내연습장에서 3개월 동안 스윙 교정에 몰입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문제점을 고치기 시작했다. 그제야 드라이버샷이 제자리를 잡아나갔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상금왕'이다. "KLPGA투어에서 상금랭킹을 높여 미국 LPGA에 초청받고 싶어요. 골프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미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거예요.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