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우리만 몰랐던 '김정일 방중'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통일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내용은 없습니다. 유관 부처와 협의하며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 23일 통일부는 '깜깜부''나몰라부'였다. 천해성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다른 당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알아보는 중이다""대답하기 곤란하다""잘 모르겠다"는 말뿐이었다.

통일부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을 둘러싸고 정부 전체가 정보 부재로 우왕좌왕했다. 정보 당국은 방중 첫날인 20일 방문 당사자를 후계자 김정은으로 오판했다. 당일 오전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했다가 오후엔 "김정일 위원장이 헤이룽장성 무단장시에 있는 숙소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말을 바꿨다. 정보당국이 북한 최고인사의 움직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부처가 이러니 이명박 대통령이 밖에서 '수모'를 겪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왜 중국에 갔고,다음 행선지는 어디인지도 모른 채 일본에서 열린 한 · 중 · 일 3국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단독 회담 자리에서 김 위원장 초청사실과 초청목적 등을 듣고서야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됐다는 후문이다. 전략적 동반관계를 외치며 중국에 다가갔지만,정작 상대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초청해 놓고도 시치미를 떼다가 현장에서 선심쓰듯 브리핑해 준 것이다.

김정일의 방중은 관례적으로 비공개였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보당국이 북 최고지도자의 일정 등에 대한 정보도 없어 브리핑을 받고서야 알게 된다면 '정보당국 무용론'이 나올 만하다. 남북교류를 주관하는 통일부가 북한 정보에 관한 한 청와대나 정보당국으로부터 천수답식으로 흘려받기만 기대하는 것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통일부 전직 고위 당국자는 "통일부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과 정보,의지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이제 끝나가고 있다. 정부가 언제까지 "모르겠다" "확인 중이다"는 말만 되풀이할지 답답하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