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 사는 유모씨는 요즘 주말마다 부인과 함께 경기 서판교 · 광교 일대 단독주택용지를 둘러보러 다닌다. 대기업 억대 연봉자이지만 마땅히 노후 준비한 게 없어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임대수요가 꾸준한 중소형 아파트를 눈여겨 보던 유씨는 정부의 '5 · 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단독주택용지로 투자처를 옮겼다. 그는 가구 수 제한이 사라지고 층수가 늘어나면서 단독주택의 임대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씨는 서판교에서 봐둔 단독주택용지 260㎡(80평)를 11억원에 매입할 작정이다.

◆단독주택용지 투자관심 고조


강남 부자들이 단독주택용지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장기침체에 따라 아파트 투자보다는 규제가 완화된 단독주택용지가 새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단독주택용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함께 조성돼 아파트가 누리는 각종 편익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단독주택지는 개발 형태에 따라 주거전용용지(협의자택지)와 점포주택용지(이주자택지)로 나뉜다. 주거전용용지는 주거 목적의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고 점포주택용지는 1층을 상가로 만들 수 있다. 투자자들이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점포주택용지다. 이 용지는 연면적 40% 내에서 상가를 들여놓을 수 있다.

이번 '5 · 1부동산 대책'으로 점포주택용지에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 층수는 3층에서 4층으로 제한이 완화되고 3가구로 정해져 있던 가구 수 제한도 폐지된다.

◆경기동남권 투자 문의로 시끌


수도권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 부자들은 서판교 광교 등 경기 동남권에 있는 단독주택용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입지가 좋고 분당 용인 등지의 배후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서판교 광교 등지는 저밀도 개발을 추구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단독주택용지가 풍부하다.

단독주택용지 분양가는 서판교가 3.3㎡당 800만~1500만원,광교가 500만~1000만원 수준이다. 매매가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김채영 서판교 대박공인 실장은 "5 · 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매매문의의 70% 이상이 단독주택용지에 관련된 것"이라며 "주말에는 강남 투자자들이 땅을 보러 많이 온다"고 전했다. 그는 "서판교 땅은 분양가가 800만~9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었지만 입지가 좋고 주변 환경이 좋아 찾는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단독주택을 지으면 건축비가 3.3㎡당 300만~350만원 정도 들어간다. 서판교에 부지면적 260㎡ 정도로 지으면 바닥면적은 절반인 132㎡로 건립할 수 있다. 1층을 상가로 세를 주면 보증금 1억원에 월 400만원 정도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서판교 인근의 삼성공인 김형숙 소장은 "서판교에 단독주택용지를 보러왔다가 가격이 저렴한 광교 쪽으로 발길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며 "용인 판교 광교 등지의 단독주택용지가 서로 시너지를 내면 경기 동남권 일대의 단독주택용지 수요가 꾸준히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가와 원룸,두 마리 토끼 잡기


강남 부자들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점포겸용주택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 방배동에 사는 한 투자자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방배동 단독주택이 대지 3.3㎡당 2500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이것을 팔면 경기도 인근에 단독주택용지를 사고 건축까지 해도 자금이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가단독주택1층은 상가로 임대하고 2~4층은 원룸을 넣어 노후를 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경기 동남권은 강남권 출퇴근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물 연면적 중에서 임대할 수 있는 면적이 60~70% 선이어서 월 수익은 높을 수 있지만 부지매입가격이 비싸면 그만큼 수익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경기 동남권 일대에는 보금자리주택 1만가구가 예정돼 있는 만큼 10년 후를 내다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