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13년 만에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그 자리는 휴대폰 판매를 시작한 지 4년밖에 안 된 애플이 차지했다.

2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는 1분기에 휴대폰 1억850만대를 팔아 10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판매량은 여전히 1위지만 매출 기준으로 사상 처음 애플에 뒤졌다. 애플은 전날 1850만대의 아이폰을 팔아 12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992년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노키아는 1997년 에릭슨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이듬해인 1998년 판매량이 81% 급증하며 모토로라까지 끌어내리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 2,3위와의 차이를 벌리며 10여년간 휴대폰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노키아는 13년 전 모토로라와 비슷한 신세가 됐다.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3% 급증하며 애플이 휴대폰 시장 진출 4년 만에 노키아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노키아의 부진은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노키아의 1분기 스마트폰 판매는 2420만대로 작년 4분기에 비해 14% 줄었다. 이에 따라 작년 41%였던 세계시장 점유율(판매 대수 기준)은 1년 만에 26%로 급락했다. 애플과 HTC 삼성 등의 약진에 무방비 상태로 허물어진 것이다. 전체 휴대폰 시장 점유율도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0% 밑으로 추락했다. 영업이익률도 9%대로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조사 결과 대당 판매가격이 애플은 638달러인 데 비해 노키아는 87달러에 그쳤다고 전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