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이 돈을 잃는 것은 ELW 시장과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보유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종목선정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

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 의혹에 연루된 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이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자신들이 개인 투자자에 비해 ELW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단순히 주문이 빠른 전용회선 때문이 아니라 '실력' 때문이라는 얘기다.

검찰의 수사 용의선상에 오른 한 스캘퍼 조직은 21일 수사에 대비해 작성한 소명자료에서 "ELW 시장은 유동성 공급자(LP · 증권사가 담당)가 강한 지배력을 발휘하는 독점적 시장인데 일반 투자자들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LP는 가격 주도권을 쥐고 정상적인 수준보다 매우 비싼 가격에 매도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한 시간가치 하락이 불가피해 스캘퍼들은 보유기간을 최소화하는데 개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료에서 인용된 한국증권학회지 논문 'ELW 시장의 가격행태 분석'에 따르면 ELW 가격은 같은 조건의 옵션 종목에 비해 20% 이상 높았다. 스캘퍼들은 "ELW가 적정 가격보다 싸면 사고,비싸면 매도하는데 이런 시장 불균형 상황의 지속시간이 길지 않다"며 "스캘퍼들은 정교한 수학 · 통계적 기법에 의해 내재변동성과 기초자산(주식) 가격 변화를 예측해 불균형 상황을 포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스캘퍼 조직은 수학과 통계학에 정통한 공학도들을 고용했다. 반면 일반 투자자들은 직감이나 근거 없는 소문,군중심리,막연한 기대에 따라 거래에 참여한다는 주장이다.

스캘퍼들은 또 "일반 투자자는 한번에 큰 수익을 노리고 내재가치가 적은 반면 가격이 싸 레버리지가 큰 외가격 종목을 선호한다"며 "시장이 예측한 방향으로 단기간에 많이 움직이지 않는 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달 9일부터 23일(10거래일)까지의 ELW 시장을 사례로 들었다. 이 기간 중 기초자산인 KOSPI200지수는 소폭 상승했으나 M종목 콜ELW(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ELW)의 경우 90% 가까이 떨어졌다. 이 종목은 가격이 싸고 레버리지가 크다는 이유로 일반 투자자들이 선호했다는 것.최혁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전용선을 써서 일반인보다 서버에 조금이라도 빨리 접근한다면 기회균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