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위한 필수적인 연료(fuel)입니다. 이들이 불탈 수 있게 국가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

세르지오 베르톨루치 유럽공동원자핵연구소(CERN) 부소장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포스텍 등이 주최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관련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CERN은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LHC)와 초전도자석을 보유하고 있는 입자물리연구소.월드와이드웹(www.)의 발상지이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그리드컴퓨팅의 시초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탈리아 피사대에서 입자물리를 전공한 베르톨루치 부소장은 독일 전자가속기연구소(DESY),미 시카고 페르미연구소 등 세계 저명 연구소를 거친 가속기 전문가다.

베르톨루치 부소장은 과학기술 발전은 인재 양성이 가장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CERN은 유럽은 물론 미국 인도 이스라엘 등 90개국 이상에서 몰려온 젊은 연구자들의 더할 나위 없는 훈련 장소"라며 "항상 미래를 바꾸고자 꿈꾸는 이들이 세상에 없는 기술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르톨루치 부소장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한국형 희귀동위원소가속기(KoRIA) 설계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현존하는 다른 가속기가 가질 수 없는 매우 다양한 기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복잡한 첨단 기술이 동원될,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시설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속기는 전자 양성자 중이온 등을 광속으로 돌려 특정 물질에 부딪친 뒤 깨진 상태를 보거나 이 과정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물성을 분석하는 것으로 천체ㆍ핵물리학 재료과학 생명과학 등에 활용되는 거대 기초과학시설이다.

KoRIA가 설계한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그는 "굉장히 큰 도전인데 모든 위대한 프로젝트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용기와 신념을 갖고 임한다면 중요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류 후손에게 두고두고 계승될 KoRIA 가 제대로 지어진다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오고 가는 세계 각지의 과학자들을 크게 매료시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베르톨루치 부소장은 유럽 각국의 과학기술 투자 분위기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 견해를 내놨다. 그는 "서구 국가 대부분이 과학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했으며 스스로 지속 가능하다고 보고 금융쪽 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개인적으로 보면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이 기초과학에 전폭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서구 국가의) 우위를 자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래 유망 기술을 묻는 질문에 "반도체 등 미세전자공학 분야는 영원히 중요할 것이고 생명공학, 대체에너지 기술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또 "나노테크놀로지 등을 통해 여러 분야의 기술을 네트워크화하고 통합하는 것이 21세기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