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갈치 등 생선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상저온으로 인해 어획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구제역 및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의 영향으로 육류 값이 급등하자 생선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정월 대보름을 전후한 '월명기'를 맞아 어선들의 조업이 부진했던 것도 출하량 감소로 이어졌다.

22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고등어는 1㎏ 기준으로 평균 4380원에 거래됐다. 작년 이맘 때에 비해 35.5% 상승했다. 갈치 1㎏은 1만6900원으로 1년 전보다 26% 이상 올랐다.

물오징어는 지난 1년간 도매가격 상승률이 67%를 넘었다. 이 영향으로 마른 오징어(20마리)도 한 해 전보다 57.1% 오른 2만8600원에 팔리고 있다. 1년 전 3만8100원(10마리)이던 황태 도매가격도 4만4800원으로 비싸졌다.

조기값도 강세다. 이마트에서 110g 내외 참조기는 2280원으로 1년 사이에 2배 넘게 올랐다.

생선가격이 이처럼 오른 것은 이상저온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징어는 작년 여름 강수량 부족으로 인해 오징어 먹이인 플랑크톤이 줄어든 데다 동해 바닷물 온도 저하로 어획량이 20%가량 감소했다. 국내 수요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원양어선 어획량도 감소했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대형마트 수산물 구매담당자는 "고등어 갈치 조기 등도 이번 겨울 내내 바닷물 온도가 낮아 어획량이 줄었고 한파와 폭설로 인해 어선 출어일수까지 감소하면서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조기는 설 선물용 굴비 수요가 많아지면서 물량 부족 현상을 빚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고등어 등 생선 어획량이 급감하는 정월 대보름 월명기가 지난주에 이어진 것도 최근 생선 출하량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기획총무팀의 김덕호 씨는 "설 이전에 하루 평균 700상자 이상 들어오던 갈치가 지난주엔 하루 평균 350상자 내외로 줄었다"며 "이번 주에도 400상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큰 갈치 한 상자(4㎏) 경매가격은 지난주 평균 8만2000원으로 전주에 비해 40%가량 뛰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0% 올랐다. 일본산 명태 한 상자(10㎏) 경매가격도 5만5000원으로 전주 대비 40% 정도 상승했다.

당분간 생선 가격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징어는 원양 물량이 국내에 들어오는 4월까지 지금 수준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굴비도 저장량의 상당 부분을 소진한 탓에 올 여름까지는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

☞ 월명기

음력 보름 전후에 생선이 잘 안 잡히는 시기를 말한다. 특히 정월 대보름에는 달빛이 밝아 고등어 갈치 등이 바닷물 속 깊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어획량이 급감한다. 일부 어선들은 이 시기에 출어를 포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