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CES 2011' 개막을 하루 앞둔 5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발머는 한 시간 동안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서피스 2.0'이라는 혁신적인 PC와 게임기에 동작인식 기술을 접목한 '아바타 키넥트'라는 가상현실 서비스,10인치 크기의 윈도 태블릿 등을 선보였다.

기조 연설을 통해 소개한 가장 혁신적인 제품은 '픽셀센스' 기술을 적용한 '서피스 2.0'이라는 PC다. 서피스는 열 손가락을 사용해 작동하는 일종의 탁상형 PC로 1.0 버전에서는 디스플레이 밑에 있는 카메라를 통해 동작을 인식했지만 픽셀센스 기술이 적용된 2.0에서는 모든 픽셀(화소)이 적외선 센서로 작동해 반응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은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만든 이 제품에는 AMD의 멀티코어 프로세서와 그래픽 칩셋을 탑재했고 코닝의 고릴라 유리기판을 사용했다. 두께가 4인치에 불과해 벽에 걸 수도 있다. '서피스 2.0'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마이크 앵귤로 MS 윈도부문 부사장은 화면 위에 '나는 볼 수 있다(I can see)'라고 쓰인 종이를 올려놓았고,서피스 2.0은 이를 정확히 인식했다.

앵귤로는 "산업계에서 서피스 2.0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며 캐나다 로열뱅크가 첫 고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MS는 서피스 2.0 가격을 1.0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앵귤로는 10인치 윈도 태블릿도 공개했다. 이 태블릿은 아이패드와 마찬가지로 손가락 터치로 작동할 뿐만 아니라 스타일러스펜으로 화면에 필기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기조연설에서 서피스 2.0만큼 주목을 받은 게 또 있다. '아바타 키넥트'라는 동작인식 가상현실 서비스다. '키넥트'는 웹캠과 센서를 이용해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함으로써 게이머가 아바타를 통해 가상현실에 빠져들게 하는 엑스박스360 주변기기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다.

아바타 키넥트를 이용하면 아바타를 통해 가상현실에 빠져들 수 있다. 키넥트 센서는 게이머의 동작,얼굴 표정,입술이나 눈의 움직임까지 감지해 아바타에 반영한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인 엑스박스 라이브 이용자들이 아바타 키넥트를 이용하면 가상현실 공간에서 둘러앉아 회의를 할 수도 있다. 엑스박스 골드 멤버는 올봄부터 이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발머는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이 생산하는 새 윈도폰에 대해서도 몇 가지 사실을 밝혔다. MS 윈도폰7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새 윈도폰은 지금까지 30개 국가,60개 이동통신사를 통해 9개 모델을 론칭했다. 미국에서는 2위 이동통신사인 AT&T를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으나 금년 상반기 중 1위 버라이즌과 3위 스프린트를 통해서도 발매하기로 했다.

윈도폰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발머는 "윈도폰 개발자가 2만명을 넘어섰고 하루 100개의 새로운 앱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발머의 기조연설에서는 오랜 파트너인 인텔과 새 파트너인 AMD를 똑같이 배려하는 듯한 인상도 풍겼다. 윈도7 PC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앵귤로 부사장은 인텔이 최근 공개한 2세대 코어 '샌디브리지'를 시연했다. '윈텔동맹'이 깨지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