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힘은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에 달려 있다. 전반적인 글로벌 침체 속에 기업들은 뛰어난 CEO 영입에 열을 올리며 기업 실적 개선에 노력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들어 가장 탁월하고 놀라운 성장을 한 직업은 CEO"라며 "종업원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기업의 실적과 운명은 CEO가 좌우한다"고 말했다. CEO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 CEO의 조건은 무엇일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를 5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부단한 성장전략의 시행이다. 이를 위해 CEO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둘째, 인재확보 및 후계자 육성이다. 창의적 조직을 구축하고 경영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연령,성별,인종 등에 차별을 두지 않고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세라믹 전자부품 분야에서 세계 선두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교수는 "창업 후 100년이 지나고 창업자가 죽어도 탁월한 경영실적을 내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직원들이 얼마나 경영 이념을 공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후계자는 핵심 인재군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거쳐야 한다.

셋째, 조직에 창조적 영감을 부여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CEO가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조직 내 창조적 영감을 배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업 수장들이 문학과 철학,역사 등 인문학을 중시하며 여기서 습득한 지식을 기업 경영에 접목하려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넷째, 글로벌 시장 개척을 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 확산과 신흥 개도국의 부상 등 글로벌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CEO는 글로벌 경영에 적극 나서 기업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와의 의사 소통을 이끌어야 한다. 필 나이트 나이키 회장은 "사회와의 의사소통력이 기업경영의 핵심 요소"라며 "이 같은 능력을 갖춘 CEO가 이끈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받기 쉽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조건 외에도 '위기돌파능력'이 CEO가 갖춰야 할 제6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국제 원자재 폭등과 환율의 불안정성 등 언제 어떤 형태로 불어닥칠지 모르는 위기가 도처에 깔려 있다. 이 같은 시장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극복하기 위해선 CEO의 위기돌파능력이 중요하다. 재무 상태가 좋고 자본력과 기술력,일사불란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돌발변수에 대처할 위기관리 시스템과 위기돌파력을 갖춘 CEO가 없으면 그 기업은 곤두박질칠 위험성이 크다. 국내 기업의 CEO 10명 중 7명은 "기업의 위기 관리 능력에 따라 위기 발생 시 결말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몇몇 식품업체들은 제품에서 곰팡이 등 이물질이 잇달아 검출되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위기관리의 허술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에 이어 '2010년 대한민국 올해의 CEO대상'을 선정해 시상한 것은 CEO 능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위기돌파력은 물론 지속성장이 가능한 혁신력과 미래분석력을 두루 갖춘 리더를 발굴,시상함으로써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회장이나 스티브잡스 애플사 CEO처럼 세계적인 슈퍼CEO를 육성하자는 게 이 상의 제정 배경이다. 올해 CEO 대상을 수상한 9명의 CEO들은 이 같은 슈퍼리더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

이번 CEO대상엔 △리더십경영 부문 강경호 대표이사 사장(다스) △지속가능경영부문 이이재 이사장(한국광해관리공단) △사회공헌경영 부문 임천복 대표이사(광우메딕스) △혁신경영 부문 엄대열 대표이사(유라코퍼레이션) △고객만족경영 부문 황현욱 대표이사(양재하이브랜드) △고객만족경영(공기업) 부문 엄주호 이사장(울산광역시 시설관리공단) △기술혁신경영 부문 윤동한 대표이사(한국콜마) △인재경영 부문 백창기 대표이사(동양자산운용) △특별상 한창우 회장(마루한) 등 총 9명이 선정됐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