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나선시의 인민위원회 간부들을 대거 교체한 데 이어 내년부터 나선지대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적대국 인사들의 출입을 허가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개성공단 사업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그 대안으로 나선시 개발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후계구도 작업에 바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 국방위 부위원장이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경제부문에서 치적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991년 나진 선봉이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된 이후 올해 특별시로 승격한 나선시에 대해 북한이 조만간 종합개발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나선지대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안을 (북한이)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 계획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북한이 이른바 적대국으로 분류한 나라의 인사들을 무비자로 방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적대국 인사에 대한 출입 허가 조치는 투자 경로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하겠다는 북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1월 나선지대법을 개정하면서 '공화국 영역 밖에 거주하는 조선동포도 나선지대에서 경제 · 무역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조문을 추가했지만 사실상 출입은 제한해 왔다. 북한은 올 9월에 나선시를 국제가공무역지구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대대적인 간부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수열 위원장을 비롯 나선시 인민위원회 간부가 최근 모두 경질됐고 이 과정에서 부위원장 세 사람은 이미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들은 신임 간부들이 모두 김정은의 측근이라고 전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올 들어 중국의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 개방 선도구 사업'과 연계해 본격적인 나선시 개발을 모색해왔다"면서 "이런 와중에 후계구도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김정은이 측근들을 앞세워 경제개발을 진행하면서 그 성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나진 미술관에는 북한 내에서 처음으로 김정은의 초상화가 전시되기도 했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 3대 세습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북 · 중 경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새로운 국면 전환이 필요한 만큼 대외 강경노선에서 경제문제 해결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