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조폭은 비슷하다. 마오쩌둥의 말마따나 권력은 총구 아니면 주먹에서 나온다. 민주국가는 선동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선거를 거친다는 점이 다르지만 더 나쁜 경우조차 많다. 어깨와 정치가들은 보호비 명목의 자릿세를 뜯는 매우 흡사한 일을 한다. 그러나 세련된 조폭은 폭력 아닌 협상에 매진한다. 장사가 잘돼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뜯어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필시 시장을 키우기 위한 나름의 규칙도 만들어 낸다. 지역민들도 항구적 폭력보다는 차라리 하나의 강력한 조폭을 선택해 타협을 시도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국가요 법이다. 소위 조폭국가론이다.

어깨들이 "차카게 살자"고 어깨에 문신을 새기듯이 국회의원들은 똥색 찬란한 금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닌다. 문신이나 배지가 필요한 것은 권력의 본질을 과시하고픈 필사적인 노력이다. 참으로 골계미학(滑稽美學)이다. 요즘 더욱 '골 때리는 개그'는 한나라당이다. 진정 친서민 정책이 필요하다면 포퓰리즘의 원조인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 더 일찍 나라를 골병들게 하는 것이 낫다. 소위 부자감세 논쟁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논쟁을 보고 있자면 한나라당은 보수가 아니라 부자편이었던 것이 확실하다. 이런 무정견의 정당이 집권당이다. 조폭조차 오래 해 먹으려면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유지하는 법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자백이 맞다면 부자감세를 추진했던 이런 정당에 어떻게 나라 일을 맡기나!

감세를 지지하는 것이 부자를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한나라당은 경제는 제로섬이라고 생각하는 무뇌다. 청문회 등에서 한계소비성향을 들먹이며 서민감세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시 사이비 경제학자다. 호박이 한바퀴 구르는 것과 좁쌀이 한바퀴 구르는 것이 같다고 우기는 전도된 논리다. 감세혜택이 부자들에게 집중되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공세는 '차카게 살자'는 구호만큼이나 익살맞다. 부자에 대한 혜택이 컸다는 것은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근로자 중에 세금 한푼 안 내는 사람이 이미 절반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고금의 대원칙은 딴나라 이야기다. 국가가 돈을 쓰는 것보다 부자의 수중에 돈을 남겨두는 것이 일자리를 더 만들고 서민에게도 좋다는 것은 실증 논문들이 입증하는 그대로다.

오바마 증세에 대해 무려 70%의 미국 경제학자들이 반대한 것도 그래서다. 자릿세가 적어야 한다는 것은 조폭의 상식이기도 하다. 상가가 철시하면 서민은 어디서 일자리를 구하고 어떻게 호구를 해결하나. 이 때문에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복지국가 증세론이 세계적으로 줄줄이 철회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적자-지출'과 '적자-감세',그리고 '증세-지출'의 3개 선택지 중에 서민에게 가장 좋은 대책이 바로 적자-감세라는 실증 연구들에는 귀를 막고 있다. 물론 '감세-지출축소'의 조합이라면 더욱 좋다. 허겁지겁 대중추수에 매몰되려면 한나라당은 무엇을 위해 정권을 붙들고 있나. 부끄러운 줄 모르는 기회주의 권력이다. 한나라당의 정두언 의원은 "강만수 특보를 때려죽이고 싶어하겠다"고 말했다지만 지금 누가 누구의 숨통을 진정 틀어막고 있는 것인가.

'70% 복지'라는 주장은 더욱 그렇다. 국민의 70%를 국가의 시혜에 의존하는 거지로 만들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정치를 아편이나 나눠 주는 저질의 벌거벗은 권력 투쟁으로 만드는 이런 주장이 만연하는 것은 실로 개탄스럽다.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국가에 기생하는 금치산자로 만들겠다는 주장에는 아예 말문이 막힌다. 30%에서 강탈해 70%를 먹여 살리겠다는 구호라면 나라를 홍길동이나 로빈후드 장난감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일종의 활극이다. 어쩌다 국가 이성이 이런 수준을 헤매게 되었나. 에잇! 조폭보다 못한….

정규재 논설위원 겸 경제교육硏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