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수입차값 8000만원 한방에 현금 결제…"소비 내역 안 드러나" 급증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김모씨(48)는 최근 수입차를 사면서 대금 8000여만원을 모두 현금으로 결제했다. 5만원짜리 현금뭉치가 든 가방을 들고 매장을 방문한 것.김씨는 "최근 내 경우처럼 차량을 현금으로 사는 사례가 꽤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강남 주민인 송모씨(39)도 백화점에서 500만원이 넘는 명품가방을 구입하면서 현금으로 값을 치렀다.

강남 부자들이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강남의 고급 상점들은 전하고 있다. 소비 내역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강남 부자들이 현금으로 소비하는 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현금 사용이 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방과 명품 옷은 물론 금액이 큰 차량 구입에도 현금결제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왜 일까. 연말이 다가오자 강남 부자들이 현금영수증을 챙겨 소득공제라도 받으려는 것일까.

이는 재테크 기상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11 · 11 옵션사태'로 터진 증시 불안 등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현금을 보유하자니 예금금리는 너무 낮다.

반면 이미 짜여져 있는 포트폴리오는 불확실한 재테크 시장에서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자금을 재배치하기보단 현 상황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마땅히 둘 곳이 없는 현금이 소비시 밀려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갖고 있는 현금이 짐이 돼 버렸으니 어짜피 써야 할 돈이라면 현금을 없애는 편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또 5만원권이 등장하면서 거액의 현금도 지니고 다니기 편해진 것도 이유다.

박경희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은 "최근 주식자산만 30억원 이상을 맡긴 강남의 최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러 재테크 유형 중 현금을 가장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격형 투자자도 현금 비중이 전체 자산의 5%도 안됐을 정도로 적었다"고 말했다.

사실 소비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편이 재테크면에선 도움이 된다. 예컨대 차량을 살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할인이 가능하다. 경쟁이 심해져 초저금리로 할부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할부시 캐피털사 등 금융회사도 연계돼 있어 금융 실적을 높이려는 영업사원은 재량으로 추가 할인도 해준다. 제휴카드를 이용하면 포인트로 적립돼 지정 카센터에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자산가인 김씨도 이 점을 물론 알고 있다. 그는 "현금을 사용하면 금융회사들이 내놓는 카드 관련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없고,자동차 영업사원도 싫어한다"며 "하지만 소비 내역이 쉬 드러나지 않고,어차피 나갈 돈이라면 매력이 반감된 현금을 덜어내는 편이 큰 그림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긴 했지만,여전히 2.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은행 예금의 매력은 떨어진다.

시중은행들도 채권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예금금리를 올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 수준이 낮기도 하지만,외국인들이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은행채 금리가 떨어지는 추세"라며 "따라서 기준금리가 인상돼도 채권금리에도 영향을 받는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