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컴퍼니 인터알리아(대표 김종길)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 아트스페이스에서 빛과 색의 이미지를 담은 그림 · 사진 · 설치 작품으로 대규모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색과 빛,그 지점'.중견,신진 작가들의 색채미학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오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인기 작가 한만영씨를 비롯해 유봉상 국대호 문형민 심재현 정보영씨(이상 회화),조각가 박용식씨,사진 작가 우종일씨,영상설치 작가 류호열씨 등 9명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색과 빛의 프리즘을 담아낸 근작 90여점을 내걸었다.

푸른색을 즐겨 쓰는 한만영씨는 바이올린 위에 색채화가 마티스,르네 마그리트,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 등 국내외 유명화가의 작품이나 민화 이미지를 콜라주한 작품 10점을 걸었다. 유리를 사면에 붙인 사각형 상자에 푸른색을 칠한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단색 캔버스에 작은 못들을 촘촘하게 박아 리듬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내는 재불 작가 유봉상씨의 작품은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풍경을 다루고 있다. 작게는 2만개,많게는 7만개까지 못을 박아 이미지를 만든 후 블루톤으로 색칠한 풍경화는 만추의 빛이 퍼져나가는 순간을 세련되게 잡아낸 것.

국대호씨는 이탈리아의 강렬한 빛과 색을 오버랩시키며 시간의 흔적에 초점을 맞춘 작품 17점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로마,베네치아,나폴리,피렌체를 여행하며 색채와 시간의 결합에 주목했다. 무심코 지나치는 도심의 야경,맑은 바다,빨간 지붕,여명의 콜로세움 등을 시간의 흐름과 빛에 대비시켰다.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광선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해온 정보영씨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으로 빛과 색의 세계를 포착해냈다. 바로크 시대의 회화처럼 공허한 이미지에 시시각각으로 변화는 색채를 응축해냈다. 그늘진 공간에서 타오르는 촛불 이미지가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보그,하퍼스 바자 등 유명 패션 잡지를 통해 이름을 날린 사진 작가 우종일씨는 인체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조약돌로 표현했다. 수만개의 조약돌을 모자이크 처리한 '기생' 시리즈,왕가의 가족사진 '람다' 시리즈 등은 약간의 회화적 코드가 가미된 사진 작품이다. 화면 속 인물들의 매끄러운 피부결이 손에 만져질 듯하다.

이 밖에 색채와 물성의 특성을 강조하며 밀도 있는 작업을 선보인 심재현씨,색을 분자화한 듯 끝없는 색점으로 대상을 묘사한 문형민씨,빛의 물리적 현상을 LED미디어 작업으로 탐구하는 류호열씨의 작품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김종길 대표는 "이번 전시는 색과 빛의 접점에 서 있는 유망 작가들의 이야기"라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전시장 옆 코엑스 아셈로에서 개최되는 만큼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구성했다"고 말했다. (02)3479-0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