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이긴 화가가 물과 돌을 그린 까닭은
한국화가 한경혜씨(36)의 개인전이 9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이즈에서 열린다. 뇌성마비 장애를 이겨내며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한씨는 전통 한지에 수묵담채로 계곡물 속의 모습을 묘사하는 작가. 22년간 매일 1000배의 절 수행으로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를 담은 책 《오체투지》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고,지난해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회화에 나타난 물 표정 연구'로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씨의 이번 전시회 주제는 '물속 돌을 그리다'.생명의 원천이자 상징으로서 물을 형상화한 작품 20여점을 건다.

그의 작품에는 돌과 물이 가득하다. 우물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체험을 안겨준다. '꿈꾸는 동화'는 계곡에 고인 물속의 돌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물에 잠긴 돌의 자취를 통해 동양적인 생명사상을 엿볼 수 있다. 최근에는 물과 돌 그림에 해와 달 등 십장생 이미지를 살짝 끼워넣어 생명의 무한함을 강조한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씨는 "한씨의 돌과 물에 대한 묘사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풍경의 한 자락이라기보다는 실경을 근간으로 하되 작가의 상상력과 의도에 의해 조금은 가공된,관념적인 것"이라며 "물과 돌의 이미지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정서를 정화하고 치유하는 정신적 물상"이라고 평했다. (02)736-6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