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되면서부터 항상 속이 쓰리고 명치 끝이 아팠던 이민숙씨(62 · 여)는 갈수록 심해지는 통증에 수차례 병원을 찾아 각종 검사와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신경성'이란 모호한 진단에 답답함만 더해갔다. 그러다 서울 대치동의 위담한방병원에서 20여년간 자신을 괴롭혀온 질환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한의학적 병명은 담적(痰積).소화기의 노폐물이라고 할 수 있는 담음(痰飮)이 쌓여 위장 외벽이 굳어지는 증상이다.

이 병원 최서형 원장은 "내시경으로 위 점막 내부를 샅샅이 볼 수 있지만 위장 점막 밖 조직의 문제는 알 수 없어 담적은 방치되는 질환"이라며 "빨리 먹고 과식과 폭식을 일삼는 식사습관으로 인해 위장에 쌓인 노폐물에서 발생한 유해독소가 손상된 위장 점막 사이로 침투해 외벽 조직이 굳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배를 만져보는 복진(腹診)으로 담적을 확인한다. 위와 장 외벽이 붓고 단단히 굳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복진을 해보면 환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또 평소 잘 체하거나 명치 끝에 통증을 느끼며 위산이 역류하거나 배변장애를 보인다.

최 원장은 "위는 영양 성분을 받아들이는 제1관문이자 독소를 걸러내 몸으로 퍼지지 못하게 하는 정화조 역할을 한다"며 "위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독소가 혈관이나 림프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 혈관 · 대사 · 피부 · 감염질환과 우울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담적병의 치료는 허한형(위장의 담적) 실열형(소장의 담적) 울혈형(기력 저하) 등 세 가지 체질에 따라 한약요법과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한약으로는 위장의 담음을 제거하고 소화기능을 북돋우는 백출 등을 처방한다.

물리치료로는 저준위 에너지를 혈액에 쏘아 신진대사 면역기능 혈액순환 등을 촉진하는 헬륨네온레이저침법과 원적외선을 체내로 투사해 체온을 높여주는 공진요법을 비롯해 초음파 고주파 등이 동원된다. 중증 담적 환자는 15일간 입원치료 후 통원치료를 하게 되며 상당수가 완치되지만 치료 효과는 개인차가 있다.

위담한방병원(옛 하나한방병원)은 1992년 서울 삼성동에서 개원했으며 2006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지난 9월 기업이미지(CI) 통합 후 만성 난치성 소화기질환 전문병원으로 새출발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