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돈은 해금이 다 번당께.커피 한잔 사봐~" "좋아요. 캔 커피로 쏘지요. "

지난 일요일 아침 광주 금남로 신한은행 뒤 작은 목욕탕에서 동네 상인들끼리 오간 대화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들이 '해금복집'의 매출 신장을 부러워하며 점주에게 한턱을 내라고 종용했다. 해금복집은 4개월 전만 해도 장사가 안 돼 점포를 내놓을 정도였지만 지난달 매출은 1100만원을 넘어 2배 이상 늘어났다.

강승수 · 정종화씨 부부는 2004년 광주시 금남로 5가 신한은행 뒤에 복요리 전문점 '해금복집'을 개업했다.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받아 130㎡ 규모의 가게를 얻었고 주변 직장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개점 초기 단골이 늘어나면서 꾸준히 매출이 늘어났다. 하지만 2년 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매출은 내리막 길을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점포 인근에 있는 기업들이 구내 식당을 만들면서 월 매출은 더 떨어졌다. 강씨 부부는 적자가 지속되자 살던 전셋집을 내놓았고 급기야 처가살이를 결정할 정도로 어려워졌다. 올 초에는 지역 생활정보지에 점포 임대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들 부부는 매출 감소가 이어지자 낙담하다가 전남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 한국경제신문에 자영업 멘토링을 신청했다. 센터에 소속된 문유근 상담사는 컨설팅 의뢰를 받은 뒤 점포 인근 상권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금융기관은 물론 백화점,보험사 등이 위치해 소비시장은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문 상담사는 "우선 고객을 모으기 위해 계절에 맞는 점심 메뉴를 보강하고 저녁 술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자"고 제의했다.

이들은 여름철 보양식과 복요리의 장점을 살린 '복 삼계탕'을 점심 메뉴로 추가했다. 유부 복주머니에 복살을 넣고 인삼,황기,대추 등을 넣어 복 육수와 삼계 육수를 반씩 섞어낸 새로운 요리였다. 강씨는 "시판에 앞서 지인들과 다섯 번의 시식회를 갖고 검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새로 선보인 '복 반계탕'도 보험사 여성 등 인근 직장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신 메뉴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주력 요리인 복지리탕의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저녁 매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술상 차림도 준비했다. 복죽,복불고기,복튀김,복찜,복지리 등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점심 식사와 저녁 안주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해금복집은 지역 내 직장인들의 회식 명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점주 부부와 문 상담사는 고객층 확대를 위해 프로모션 행사도 진행해 성과를 내고 있다. 점포 전면과 측면에 걸개를 걸어 가시성을 높였다. 또 인근 관공서와 금융기관에 복튀김과 홍보용 전단을 직접 돌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씨는 "저녁 메뉴를 보완해 매출을 더 끌어올린다면 월 1500만원 돌파는 시간 문제"라고 자신했다. 살림집도 개조해 저녁 회식 고객들에게 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회식 손님들에게는 집에서 직접 담근 술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올 가을에는 광주은행 본점에서 소호명가 인증을 받아 복집을 지역 맛집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도 세웠다.

강씨는 "워낙 장사가 안 됐기 때문에 컨설팅을 받은 초기에는 실제로 영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도 했다"면서 "조금씩 개선하다 보니 돈도 벌려 요즘은 장사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정리=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도움말=문유근 전남 소상공인지원센터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