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휴대폰 '제트' 론칭 행사장.발표자가 "제트를 소개합니다"라며 손을 내밀자 허공에 휴대폰 모양의 대형 3D(3차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이어 발표자의 손놀림에 따라 휴대폰의 각종 기능이 3D영상을 통해 실행됐다. 사람의 동작에 따라 3D영상이 움직이는 '제스처 센싱' 기술이 기업마케팅에 응용되는 순간이었다.

이 마케팅 기법을 개발한 곳은 디스트릭트(대표 최은석 · 사진)란 디자인 회사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사용자경험(UX) 방식을 응용해 각종 디자인을 만든다. 사용자경험은 3D 입체영상,홀로그램,증강현실(현실에 3D 영상을 겹쳐 보여주는 기술) 등을 이용해 특정 공간에 가상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광고나 공연,교육현장,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디스트릭트는 이런 디자인으로 펜디,티파니,알렉산더맥퀸,구찌,로레알,웰라 등 전 세계 유명 기업들을 사로잡으며 디자인 업계의 신성(新星)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 최은석 대표는 20일 "앞으로 UX 방식의 디자인 시장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예술과 기술의 영역을 넘나드는 '디자인계의 애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2D부터 4D까지…첨단 디자인 선두주자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첨단기술을 실제 디자인에 응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손동작으로 홀로그램이나 증강현실을 제어하는 '하이퍼 모션',3차원 홀로그램을 공연에 접목한 '하이퍼 스테이지',건물 내 · 외벽에 3차원 영상을 투사하는 '하이퍼 파사드'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국악공연장에서 거문고 소리에 맞춰 허공에 3D영상으로 만든 한 무리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이나 건물 외벽에 3D영상의 휴대폰이 작동하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 또 32인치 멀티터치 테이블에서 콘텐츠를 보여주는 '유니버설 프레임',특수 장갑을 끼고 증강현실을 제어하는 '하이퍼 프레젠테이션' 등의 기술도 갖고 있다.

이런 기술력은 주요 기업에서 인정받고 있다. 펜디 루이까또즈 등 패션업체 광고와 서울대 온난화 방지 캠페인,이광희 디자이너의 희망고패션쇼 등 각종 행사와 삼성전자 SK텔레콤 LG전자 등의 마케팅에도 쓰였다. 최 대표는 "최근 청와대 자문위원과 수석비서관 등이 논현동에 있는 UX스튜디오를 방문해 '3D 육성방안'에 대한 회의를 열 정도"라며 "현재 10곳의 국내외 유력 기업과 100억원 상당의 마케팅 · 디자인 계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2년 뒤 매출 1000억원 달성

이 회사의 경쟁력은 탄탄한 연구 · 디자인 인력이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UX디자인 기술 개발에 착수한 디스트릭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봇공학 · 영상처리 전문가,공연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 100여명을 채용하고 있다. 최 대표는 "UX디자인을 응용하면 교육 예술 광고 건축 등에서 연간 100조원대의 시장을 새로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도 급증세다. 2006년 50억원이던 연 매출은 2008년 70억원,지난해 100억원으로 늘었다. 최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는 150억원이고 2년 뒤엔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해외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작년 말 미국 뉴욕에 지사를 세운 데 이어 이달 말 미국법인을 관장하는 '디스트릭트 USA'와 웹디자인 회사 '디스트릭트 F',예술 디자인회사 '디스트릭트 S' 등 3개 자회사를 세울 방침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

◆용어풀이: 증강현실(增强現實)=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실제 환경에 3차원의 가상 영상을 합성시켜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컴퓨터 그래픽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