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의 재무건전성이 우려할 수준까지 나빠져 구조조정을 통한 부실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서 제기됐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일 '건설부문의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건설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이 확대되는 가운데 건설업체의 대규모 부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건설업 재무구조(외부감사 대상 기준)는 외환위기 이전 600%를 상회했던 부채비율이 2006년 200% 안팎으로 하락하는 등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시행사가 PF 대출을 책임지고,시공사가 이를 지급보증하는 구조로 '시행'과 '시공'의 역할이 분리된 것을 감안하면 사정이 달라진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시행사 등 부동산개발업체 등에 대한 지급보증까지 합칠 경우 건설업 부채비율은 500% 수준으로 급등하게 된다는 것.

실제로 2008년 기준으로 부동산개발업체의 90%가 자본잠식 상태이고 부채 규모도 100조원을 넘고 있어 건설사의 부채비율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KDI는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의 경우 자체 재무제표에 표기된 부채는 5414억원,부채비율은 300%였으나 지급보증액이 9792억원에 달해 실제 재무상태가 훨씬 나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도급순위 상위 30개사의 지급보증 규모가 2008년 41조9000억원에서 작년 43조5000억원으로 늘었고 지급보증을 감안한 이들의 작년 부채비율은 29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또 건설 관련 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의 10% 수준에서 최근 몇 년간 25% 안팎까지 급등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부감사 대상 건설사 가운데 △자본잠식 혹은 부채비율 500% 상회 △영업적자 혹은 이자보상비율 1미만(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충당 불가능) △총부채 중 단기차입금 비중 60% 이상 등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할 경우 부실위험 건설사로 분류한 결과 2002년 79개(7.1%)에서 2008년 232개(13%)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부실위험 건설사의 부채 비중은 6%(7조7000억원)에 이르고,이들이 모두 부도로 이어질 경우 금융권 전반에 미칠 영향은 5조원(과거 채권회수율 35% 적용)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KDI는 건설부문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일시적인 정부 지원이나 규제 완화를 통해 극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의 사례처럼 주택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연구위원은 "건설경기 둔화에도 부도율은 여전히 낮다"며 "상당 기간에 걸쳐 구조적으로 진행된 건설부문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구조조정을 통해 해소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발채무에 대한 공시가 강화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내년 도입과 관련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