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의 최대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1년 내내 넘쳐나는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금융 위기 그늘에도 불구하고 초호화 호텔이 밀집한 '스트립'의 네온사인은 여전히 화려하다. 일반 관광객을 유혹하는 카지노 외에 부가가치가 높은 마이스(MICE) 산업이 도시 경제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이를 모델 삼아 '동북아의 라스베이거스'를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란 수식어에 더해 '동북아 최고의 마이스 거점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미 정부 차원의 다양한 재정적,정책적 지원 프로그램들이 가동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미래 한국을 이끌 17대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마이스 산업을 꼽았다. 지식경제부가 국가 신성장 선도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내년까지 9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세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제주도도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제자유도시'를 비전으로 한 2대 육성산업에 물산업과 함께 동북아 최고의 리조트형 마이스 산업 거점도시로 만들기 위한 관광레저산업을 포함시켰다.

제주도의 마이스 산업은 2003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개장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국제협회연합(UIA)에 따르면 제주도는 2008년 53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해 전년 42위에서 38위로 4단계 상승했다. 아시아 지역으로만 따지면 10위에서 8위로 두 단계 올라서면서 명실상부한 국제회의 주요 개최지로 인정받고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제주 회의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2007년 제주도에서 열린 114건의 국제회의로 인한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는 1223억3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제주도와 함께 국제회의 도시로 지정된 부산(1185억6000만원),대구(1193억2000만원)의 생산 유발효과보다 높은 수치다. 국제회의 유치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620억4000만원으로 전국 평균 579억3000만원을 7% 이상 상회한다.

취업자 수 증가 효과도 2142명으로 전국 평균(1984명)보다 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지난 14일부터 3일간 ICC제주에서 열린 '2010 제주국제그린마이스위크' 행사 결과에도 크게 고무돼 있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에는 캐나다,중국,일본 등 15개국 100여명의 바이어와 셀러를 포함한 500여명의 관계자가 모여 제주도의 마이스 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관심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제주도는 이 행사를 연례화해 제주 마이스 산업의 대표 브랜드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열리는 한 · 중 · 일 정상회담과 9월부터 한 달간 9000여명이 참가하는 한국암웨이 리더십 세미나,180개국 1만여명이 모이는 2012년 제5차 세계자연보전총회 등 굵직한 행사들도 동북아 마이스 거점도시로서 제주도의 위상을 한층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는 내년에 UIA 기준 컨벤션 유치 세계 3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센티브 투어도 100건을 유치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통해 27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500명의 취업유발 효과를 거둔다는 구상이다.

제주도는 리조트형 · 휴양형 목적지로서의 풍부한 자연 환경과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여느 도심형 관광지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리조트형 컨벤션은 물론 인센티브 투어 유치전에서도 비교우위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28개의 테마 파티 상품,38개의 팀 빌딩(팀워크) 프로젝트,15개의 이벤트 퍼포먼스를 포함한 81개의 마이스 상품 및 특화 서비스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마이스의 도시'로 거듭난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시키는 플랜이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 한 해 2만5000건의 전시 · 컨벤션이 열리고 여기에 몰린 600만명이 80억달러를 쓰고 간다.

이 곳뿐만 아니라 마이스 산업이 발달한 도시 방문객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오래 체류하고 돈도 두 배 이상 쓴다. 경기 변동에도 덜 민감하다.

'동북아의 라스베이거스'를 지향하는 제주도의 중장기 성장전략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