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지난해 300만대나 팔린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해 전자책 열풍을 주도했다. 일본 소니는 전자책 단말기 리더와 전자책 서점인 '소니 커넥트'를 통해 1만여종의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모바일 태블릿 PC 아이패드를 출시한 애플은 국제적인 출판그룹과 함께 '아이(i)북스토어'를 개설해 전자책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출판산업의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이후 전자책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출판 콘텐츠를 핵심 기반으로 하는 전자출판 산업이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은 출판 콘텐츠는 물론 단말기,무선데이터 산업,유통,솔루션,IPTV 등 연관 산업의 성장유발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나무를 소비하는 '고비용 저효율'의 종이책에 비해 전자출판은 '저비용 고효율'의 친환경 녹색산업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출판용 연간 종이 소비량이 30년생 나무 3500만그루에 달하기 때문이다.

◆급성장 예고하는 국내외 전자출판 산업=한국콘텐츠진흥원과 통계전문 회사 PwC 등에 따르면 세계 전자출판산업은 2014년까지 연평균 27.2%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역별 성장률은 북미권 21.5%,유럽권 53.8%,중국 42.9%,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 태평양권은 35.3%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아마존 · 구글 · 소니 · 애플 · 야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글로벌 전자출판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구글은 디지털화한 공유 저작물 50만건을 소니에 제공키로 했고,버라이존은 애플과 협력을 검토하는 등 이종업체 간 협력도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전자출판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자책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이후 교보문고,예스24,인터파크,알라딘 등 국내 인터넷 서점들이 독자적인 전자책 서비스를 일제히 선보였다. 또 대기업과 대형 유통사(서점)들의 참여가 본격화하면서 가독성과 휴대성이 개선된 단말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 · LG · KT 등의 대기업과 교보문고 · 인터파크 · 한국이퍼브 등 유통사,50여개 출판사들이 연합한 한국출판콘텐츠 등이 참여하면서 전자책 사업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6일 '전자출판산업 육성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2006년 825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전자출판 시장 규모는 2009년 1323억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13년 5838억원,2014년에는 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책 발간 종수도 2005년 3만6732종에서 2009년 20만271종으로 급증했고,전자책 제작 업체는 2007년 34개에서 지난해 127개로 273%나 증가했다.

◆전자책 걸림돌을 없애라=그런데도 상당수 출판사와 저자들은 전자출판에 소극적이다. 전자출판에 대한 법적 · 제도적 지원체계가 미흡한 데다 불법유통 우려,기술표준화 부족 등으로 인한 호환성 결여 등이 이유다. 저자와 출판사,출판사와 유통사 간의 불신도 전자책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손꼽히고 있다.

종이책으로 출간된 지 6개월에서 1년 이상 지난 책을 전자책으로 제공하는 관행이 아직도 일반적이어서 신간 · 베스트셀러 등이 전자책으로 만들어지지 못하는 현실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독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책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전자책에 대한 관심 자체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 출판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번역서의 경우 별도의 디지털 저작권 계약이 거의 돼 있지 않아 전자책 발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종이책 독서에 대한 관심 부족이 전자책 독서 저조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관련 법령 정비 등 전자출판 산업 기반 구축,기존 출판사의 전자출판사업 진출 지원,전문인력 양성,우수콘텐츠 공급기반 확충,유통시스템 선진화,기술혁신 및 표준화를 위한 통합솔루션 개발 등을 망라한 문화부의 전자출판 육성방안이 이 같은 걸림돌을 해소할지 여부가 전자출판 산업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