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홍대앞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개업의 정혜진씨(32)는 네이버의 마이크로 블로그 '미투데이'에서 유명인사다. 2008년 12월부터 '정제닥'이라는 닉네임으로 미투데이에서 의료상담을 하면서부터다. 1000여명의 미투 친구들이 아픈 증상을 올리면 곧바로 상담 글을 올려주고 있다. 환자와 수직적인 소통이 아니라 수평적인 소통을 하려는 시도에서다. 직원도 미투데이로 뽑았다. 덕분에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었다.

#2.최근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한 B씨(47)는 '스마트폰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나눠줬지만 이메일 확인 외엔 다른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다. 터치 방식의 키패드도 낯설기만 하다. B씨는 "몰래 스마트폰 '과외'까지 받고 있지만 시대에 뒤처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스마트 물결…하지만

'손안의 PC' 스마트폰이 가져온 엇갈린 풍속도다. 정보습득이나 업무처리,인적관계 형성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신인류 '호모 모빌리스'들은 발빠르게 모바일 인터넷 트렌드에 편승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기기 조작에 서투른 중 · 노년층이나 저소득층 등은 스마트폰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단순히 정보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거나 유망 비즈니스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스마트폰 갭(Gap)'이 한국사회 양극화 문제를 다루는 또 하나의 코드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 갭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최근 스마트폰의 활용 집단과 패턴을 보면 알 수 있다. 스마트폰족들은 버스나 지하철,길거리에서 수시로 전화기를 쉴 새 없이 만지작거린다. 버스나 지하철 운행정보,주변 맛집 정보,속보 뉴스 등을 챙겨보는 것은 기본이다. 길거리 등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만나면 휴대폰으로 찍어 즉석에서 트위터 등 마이크로 블로그에 올려 지인들과 공유한다. 트위터 미투데이 요즘 커넥팅 등 마이크로 블로그 이용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비즈니스도 속출하고 있다. 유아용 놀이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베이비폰'으로 불과 3개월 만에 6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SK텔레콤의 온라인 앱 장터인 T스토어에 '지하철 알림이' 프로그램을 올려 두 달 만에 4000만원을 번 대학생도 있다. 시장을 새로 창출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 시장에 몸담고 있는 기업(개인) 측면에선 고객을 빼앗긴 결과이기도 하다.

◆정보 격차 더 벌어진다

대학 캠퍼스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으로 도서관 빈자리를 확인하고 도서를 대출하는가 하면 각종 학내 행사와 학생식당 메뉴,학교 주변 정류장 버스운행정보를 파악하는 등 대학생들의 일상생활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학생의 학습능력과 평가가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훨씬 나을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의 목표가 업무능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스마트폰이 없는 개인이나 기업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격차가 기업과 기업,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강남과 강북,청장년과 노령층,남성과 여성 등 보다 세분화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런 양상들이 지속적으로 누적될 경우 사회 전반의 소득 재분배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식 주문을 가능토록 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증권사들의 경우 창구 수수료율과 무선 인터넷 수수료율의 차이를 크게 벌려놓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스마트폰 수수료율은 0.12%지만 주로 여성이나 노인들이 이용하는 전화나 창구 주문은 4배가량에 해당하는 0.4~0.5%를 받고 있다. 가뜩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보다 손쉽게 투자정보를 얻을 수 있는 투자자들이 거래 비용까지 낮출 수 있는 셈이다. 김문조 고려대 교수는 "스마트폰은 기존에 나온 어떤 디지털 디바이스보다 생활방식에 미치는 임팩트가 크고 연령별,도시 · 지방 간 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이런 정보격차를 줄여 나갈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쳐가는 직장인들

의외로 '스마트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도 적잖게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이 '업무 혐오증'을 낳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 모씨(36)가 대표적인 케이스. 회사가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면서 즉각적인 업무 처리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그는 "이메일과 인트라넷(사내 전산망)을 통해 업무 지시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며 "요즘에는 잠을 잘 때도 스마트폰이 옆에 없으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퇴근 후에도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진 것은 좋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밀려드는 업무 지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거 인터넷이 처음 보급될 때 발생했던 부작용과는 실생활을 옥죄는 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게 많은 직장인들의 불만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