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3월30일자 A42면

한국에서 새로운 대기업의 등장이 끊어진 지 오래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다. 중소기업 육성을 부르짖은 지도 오래되었지만 중소기업들은 항상 정부의 지원에 목을 매고 여전히 소규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이 제기되고 있다. 정규재 논설위원은 정부의 규제와 지원이 기업의 성장을 오히려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벌급 기업이 되면 수많은 규제가 새로 적용되고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일순간 다양한 지원책이 폐지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규제나 지원의 기준점 이하에서 기업 규모를 유지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정 논설위원은 이를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처럼,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거부한다는 얘기다. 대기업이 더 이상 출현하지 않는 원인을 통상 기존 대기업의 시장장악 등에서 찾는 것과는 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규모별 분포 상황이 왜곡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중소기업 중에서 성공한 중견기업이 나오고,이 가운데 대기업이 배출돼 '깔때기' 모양을 이루는 게 바람직한데,지금은 허리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쪼그라든 '압정'과 같은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는 데 따라 당근은 없고 채찍만 늘어나는 형국이니 모두 이를 피하려 해서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등 14개다. 전년에 비해 1개가 줄었다. 정 위원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풀어 새로운 글로벌 강자와 강력한 중견기업을 키우자고 주장한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