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는 한국 전자 · 통신업체들과 겨루고 있는 숨막히는 경쟁자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0'에서 외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화웨이의 전시관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이 "기술 발전 속도가 눈부신 화웨이의 경쟁력 비결을 직접 살펴봐야 한다"며 부스 방문을 제안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화웨이,ZTE 등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이미 커진 지 오래다. MWC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화웨이는 행사의 메인 스폰서(후원사)로 참여하며 전시장 곳곳을 자사 로고로 뒤덮었다. 기존 통신장비 업체의 이미지를 넘어 모바일 기기 회사로 변신을 꾀하는 전략도 드러냈다. 초고속으로 데이터 송 · 수신이 가능한 HSPA+(고속패킷접속 플러스) 기술을 세계 최초로 담은 안드로이드폰 'U8800'까지 선보였다.

ZTE는 삼성전자 전시관 바로 옆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차세대 이통통신 기술 가운데 하나인 LTE(롱텀에볼루션) 장비를 비롯해 다양한 휴대폰 신제품을 발표했다. 이호수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부사장)은 "중화권 기업들이 하드웨어 측면에서 우리를 거의 따라왔다"고 평가했다.

중화권 회사들의 높아진 위상은 MWC의 꽃인 '유럽이통협회(GSMA) 글로벌 모바일 시상식'에서도 실감케 했다. 모바일 단말기 부문에선 구글의 자체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을 조립 생산하고 있는 대만 HTC가 스마트폰 '히어로'로 최고상을 거머쥐었다. 화웨이는 '베스트 서비스 플랫폼' 부문에서 미국 퀄컴을 제치고 1등의 영예를 안았다. 대만 PC 업체인 에이서와 아수스 등도 새로운 안드로이드폰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모바일 시장 진공에 속도를 냈다. 국내 IT업계는 대만의 기술력과 중국의 제조 경쟁력이 결합할 가능성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 관계자는 "더 이상 중국의 경쟁력을 얕잡아 봐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중국 업체들은 애플 아이폰에 뒤지지 않는 성능의 스마트폰을 150달러(약 17만원) 선에 곧 내놓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중국 경계령'이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안정락 산업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