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과 본부장 등 본사 경영진과 해외지사장,중동지역 현장소장 등 90여명이 아부다비에 총 출동해 지난달 29일 현장에서 첫 전략회의를 개최하며 성공적인 원전 건설을 위한 '아부다비 결의'를 다졌다. 전략회의에는 발주처인 UAE 원자력전력공사(ENEC) 관리본부장이 참석,UAE 원전 프로젝트의 의의 및 발주배경 등을 설명하는 파격적인 장면도 있었다.

아부다비 시내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이날 회의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마라톤으로 진행됐다. 현대건설 경영진은 원전 초기공사에 필요한 통신 · 용수 · 전기 등 기초 설비와 인력 · 장비 등 사업 초기 단계의 준비내용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또 현장 근무인력을 위한 사무실 및 주거단지 등 생활시설 조성방안을 세부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원전 발주처의 프로젝트 설명은 일정에 없었으나 ENEC의 모하메드 알 함마디 사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현대건설, UAE 사막 한가운데서 '원전 회의'
김 사장은 이 회의에서 "이번 계약은 한 회사의 계약이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계약임을 명심하자"며 빈틈 없는 공정계획으로 초기 시공 단계부터 완벽하게 공사를 관리해 줄 것을 주문했다.

김 사장은 "현대건설은 1972년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전 20기 중 12기를 준공했고 현재 건설 중인 6기 중 4기를 맡고 있는 등 독보적인 기술력과 시공 경험을 쌓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UAE 원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중국 터키 등 해외원전 시장 개척에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김 사장을 비롯한 현대건설 임직원은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80㎞ 떨어진 사막 한복판 원전 부지인 실라(Sila)까지 버스를 타고 4시간에 걸쳐 이동해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김 사장은 권오혁 현장소장에게 기초 설비공사 현황 등을 보고받은 뒤 인근 바닷가까지 걸어서 돌아보며 현장 지원계획,공정계획 등을 논의했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은 허허벌판 사막 땅이지만 해외 원전의 역사를 여기서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김 사장 일행은 이어 원전 예정 부지에서 50㎞ 정도 떨어진 송전선 공사 현장(GCC Interconnection 400kV OHL)을 방문,현장 직원들에게 원전공사 초기 사무실,숙식 캠프와 장비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전초기지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최근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UAE 원전사업은 총 공사비가 200억달러에 달하며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시공사로 참여한다. 2017년 5월 완공 예정인 UAE 첫 원전(1400㎿급)을 포함해 2020년까지 모두 4기의 원전을 지을 예정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