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혼자보기 아깝죠"
해남 땅끝마을의 미황사에선 주지를 '주지 스님'이라고 부르는 일이 별로 없다. 그냥 금강 스님(사진)이다. 평생 이 절에 다니는 할머니도,절 아랫마을 서정분교의 꼬맹이 산별이 · 산들이 · 한길이도 제 친구 부르듯 그냥 '금강 스님,금강 스님' 한다. 주지는 잠시 빌려온 이름일 뿐."직책을 떠나 그 사람이 좋아서 언제 어디서나 '금강 스님'으로 불리는 그는 정말 복많은 사람"이라고 그와 절친한 법인 스님(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은 부러워한다.

그 복많은 금강 스님이 지난 10년간 미황사를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산중사찰의 현대적 모델로 만든 경험과 이야기를 담은 책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불광출판사 펴냄)을 냈다. 2000년부터 미황사 주지를 맡고 있는 그는 폐사(廢寺)에 가깝던 미황사를 전 주지 현공 스님과 함께 중창하는 한편 한문학당 · 템플스테이 · 참선수행 · 괘불재와 산사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을 미황사로 불러들였다.

해마다 미황사를 찾는 사람은 10만명을 웃돈다. 연간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지난해 5000명을 넘어서 2000~3000명 수준인 백양사 · 화엄사 · 대흥사 · 송광사 등의 대찰을 능가했다. 가을 산사음악회와 괘불재에는 궁벽한 산골의 작은 절인데도 전국 각지에서 2000여명이 모여든다.

"산중에 있는 것이 한국 사찰의 장점인데 언제부턴가 단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어요. 미황사만 해도 도시에서 멀긴 하지만 1300여년의 역사와 빼어난 풍광을 지닌 달마산과 드넓은 정원처럼 펼쳐진 바다가 있잖아요. 이 아름다운 절을 혼자 보기 아까워서 먼저 아이들을 초대했죠."

그래서 만든 것이 한문학당이다. 법인 스님이 훈장을 맡아 글을 가르치고,금강 스님이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한 한문학당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땅끝에 있다는 지리적 특수성은 약점이 아니었던 것.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조계종이 처음 시행한 템플스테이도,7박8일의 참선수행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도 마찬가지였다. 땅끝까지의 거리보다는 무엇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 괘불재와 부처님오신날 등 미황사의 주요 행사에는 절 아래 마을주민들이 적극 동참해 내 일처럼 거든다.

책에는 땅끝마을의 해넘이 · 해맞이와 새벽예불의 감동,발우공양 · 참선 · 운력 등 사찰의 일상과 365일의 풍경이 잔잔하게 펼쳐져 있다. 산사음악회에서 남도가락을 들려주다 팬클럽까지 생긴 동네 할아버지,폐교 위기에 처했다가 미황사의 도움으로 학생 수 60명의 학교가 된 사하촌의 서정분교,"콜라에는 고기도 들어있지 않은데 왜 안 주느냐?"고 떼를 쓰는 한문학당 학동들 이야기 등이 재미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