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간사장의 파격적인 2박3일 방한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일 오후 중국 방문을 마치고 한국에 온 오자와 간사장은 13일 떠날 때까지 이명박 대통령과의 만찬(12일)을 제외하고 철저하게 '개인적 행보'에 초점을 맞췄다. 수행원 3명만을 대동하고 렌터카를 이용했으며 조훈현 9단과 바둑 대국을 벌이는 등 일본 집권 민주당 실력자의 방한일정 치고는 다소 의외였다. 그는 12일 국민대 강연에서 한 · 일 과거사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혀 향후 양국관계가 순풍을 탈지 주목된다.

◆"한국민 환영한다면 일왕 방한 좋을 것"

오자와 간사장은 국민대 특강에서 "한국과 일본은 두말할 나위 없이 민족적,문화적,정치적,경제적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라며 "하지만 현대사 중에 불행했던 시대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에 관해 일본과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여러분에게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 방한 당시 "신(新) 정부는 역사를 직시할 수 있는 정권"이라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발언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재미있게 봤다는 그는 "김치를 좋아한다. 김치만 있으면 밥은 몇 공기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왕의 방한 문제에 대해 "한국 국민의 환영을 받는다면 (왕의 방한이) 좋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과 오자와 간사장은 만찬을 갖고 한 · 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내년이 양국 우호협력의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오자와 바둑은 호방한 대륙풍"

오자와 간사장은 방한을 앞두고 주한 일본대사관 측에 "개인 일정에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뜻을 전해 대사관은 아무도 공항에 마중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정부의 외빈차량 지원 제의도 사양한 채 렌터카를 이용했다. 지난 10일 국회의원 143명을 포함,600여명의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중국을 공식 방문한 것과 대조적이다.

오자와 간사장은 12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훈현 9단과 친선 바둑대국을 가졌으며 넉점 접바둑에서 7집을 남겨 승리했다. 그는 "조 9단과 대국하게 돼 감격스러웠다. 바둑을 통해 한 · 일 우호 친선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친을 통해 바둑을 알게 된 오자와 간사장은 현재 일본기원 공인 아마6단이다. 조 9단은 오자와 간사장의 기풍에 대해 "대륙풍의 호방한 바둑이며 전투형이다. 바둑을 배운 지 6년밖에 안 됐다는데 60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한 바둑"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홍영식/김재일 기자 yshong@hankyung.com